중국산 희토류 뺀 전기차 제작···‘탈희토류 실험’ 하는 현대차

이재덕 기자 2023. 8. 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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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테슬라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유사 행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희토류’를 원료로 쓰지 않는 전기차 모터 개발에 나섰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제작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이지만 조달 물량을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다보니 국제 정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공급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일제히 탈희토류를 선언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 같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구동 모터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관련 설계 인력을 보강하고 연구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희토류 영구자석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권선형 회전자 동기모터(WRSM)’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네오디뮴은 강한 자성을 띄는 물질이다. 여기에 미량의 디스프로슘·터븀을 섞으면 섭씨 200도 고온에서도 자성을 유지한다.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구동 모터에 이 같은 네오디뮴계 영구자석을 사용한다. 모터의 회전자(회전하는 부분)에는 네오디뮴계 영구자석을 두고, 회전자 주위엔 코일을 감아만든 전자석을 배치해 모터를 돌리는 ‘영구자석 동기모터(PMSM)’ 방식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개발에 나선 신형 모터는 회전자 부분에 영구자석 대신 전자석이 들어간다. 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 같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희토류 없는 전기차 모터 개발에 나선 것은 최근 중국산 네오디뮴 수입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네오디뮴 시장에서 중국은 채굴의 58%, 제련의 90%를 담당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가 늘면서 희토류 위주인 영구자석 수입액은 2020년 2억3900만달러(약 3180억원)에서 2022년 6억4100만달러(약 8529억원)로 약 2.7배 늘었다. 국내에 들어오는 영구자석의 87.9%는 중국산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희토류 자석 수출 금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할 경우 대대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 가운데 BMW, 테슬라도 희토류 없는 모터 개발을 추진 중이다. BMW는 현대차그룹에서 개발 중인 WRSM 방식의 모터를 이미 자사 전기차 i4에 채택했다. 그러나 기존의 WRSM 모터는 수명이 짧고 동손(에너지 손실)이 많아 희토류 자석을 이용한 기존 모터보다 비효율적이다. 현대차그룹이 이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극복하느냐가 탈희토류 달성에 있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산화철에 금속 원소를 혼합해 만든 페라이트를 영구자석으로 활용한 모터를 개발 중이다. 페라이트 영구자석은 현재 네오디뮴계 영구자석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자성이 약해 전기차 모터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업계에서 적잖게 나온다.

박가현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모터는 영구자석 동기모터 위주에서 점차 다양한 종류로 변화할 것”며 “비희토류계 모터 성능 고도화, 희토류 가격 변동성, 영구자석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 완화 여부 등에 따라 전기차 기술 주도권의 향방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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