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가루’로 암치료?… 사이비 치료한 60대,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조선DB

‘효소 가루’로 암을 치료하겠다며 환자가 기존에 받던 양방 치료를 중단시키고 사이비 진료와 처방을 한 60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지난 10일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혐의로 기소된 A(69)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한의사 등 의료인 자격이 없는 A씨는 자신이 만든 효소 가루로 암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식의 사이비 진료와 처방을 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6년 11월 지인의 소개로 자신을 찾아온 한 암 환자 가족에게 기존에 받고 있는 양방 치료를 멈추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씨는 “효소 치료로 암이 나을 수 있다”며 “치료 효과가 있으려면 방사선 촬영·컴퓨터단층(CT) 촬영·양약 복용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가족은 절박한 마음에 A씨의 말을 믿고 환자를 퇴원시켰다. A씨는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환자에게 여러 차례 효소 가루라는 걸 보냈다. 또 환자를 만나 배와 등, 목 부위를 누르는 방법으로 진찰하고 침, 뜸, 부항을 놓기도 했다.

환자의 가족은 A씨에게 치료비와 약제비 명목으로 총 500만원을 지급했지만 병세는 외려 악화됐다. 검찰은 A씨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방 의료 행위를 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A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유 판사는 A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무면허 한방 의료 행위로 환자가 의학적으로 검증된 항암 치료를 중단해 병세가 악화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환자와 가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환자의 요청으로 ‘효소 치료’를 하게 된 점과 A씨의 범행 수익이 많지 않은 점 등을 양형 사유에 참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