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현실은 같이 간다" 만화가 이현세 직격 인터뷰 [시사스페셜]

2023. 8.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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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현세 “만화와 현실은 같이 간다” “1% 과학 정보로 99% 상상력, 판타지 만들어” “‘공포의 외인구단’ 까치는 제 젊음의 모델” “‘네가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강한 것은 아름답다’” 표현에 열광 “인공지능의 장점은 착하다는 것, 감성이나 상상력은 채워줘야” “전통 문학 공부해 행간 사이 의미 살려야” “웹툰은 한국 젊은이들이 개발해서 만든 전 세계의 상징” ‘만화, 밥 먹는 거처럼 너무 즐거운 일“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작가로 남고 싶어”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3년 8월 13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 ■ 진 행 : 정운갑 앵커 (논설실장) ■ 출연자 : 이현세 만화가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기성세대들은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청춘들은 거침없는 반항아 까치를 닮고 싶어 하기도 했고, 새롭게 도전하는 용기를 얻기도 했는데요. ‘공포의 외인구단’을 탄생시킨 이현세 만화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현세>네, 안녕하세요.

정운갑>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출범한 게 1982년이고요. ‘공포의 외인구단’이 발표된 때가 1983년입니다.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린 것이 프로야구 출범하고 관련이 있습니까?

이현세>굉장히 있죠. 절호의 기회였고요, 우리 작가들한테는. 왜냐하면 그때까지는 한국은 모든 만화를 아동 심의에 준해서 그려야 되고요. 그리고 아마추어 스포츠는 정의로움, 그리고 순수함 이걸로 다 포장돼 있었기 때문에 소재가 아주 고갈돼 있었죠. 그런데 프로야구라는 게 나오니까 대단했죠, 느낌이 왔어요. 프로야구라는 건, 구단은 사업을 위해서 구단을 만드는 거고 선수는 연봉을 위해서 뛰니까요. 그러니까 모든 인간의 욕망을 다 넣을 수 있는 걸 합법적으로 ‘프로야구가 있지 않습니까?’ 하고 넣을 수 있으니까 이건 대단한 기회였죠.

정운갑>‘공포의 외인구단’하면 삐딱한 청춘 반항아 ‘까치’ 오혜성입니다. 1980년대 민주화 열망 속에 당시 불의에 맞선 청년들이 많았는데요. 까치 생김이나 성격을 설정할 때 어떤 롤 모델이 있었는지요?

이현세>그렇죠, 누구나 그렇지만 일단은 걸림돌투성이인 제 젊음이 일단은 모델이 됐고요. 불만투성이였거든요. 모든 것이 다 막혀 있으니까. 그리고 ‘충효예’라는 전통적 가치관의 모든 젊은이들이 숨쉬기도 어려웠을 때, 그때 ‘이래서는 안 돼, 안 돼’ 일탈을 부추겼으니까 대단한 모델이었죠.

정운갑>까치의 여자 친구 ‘엄지’가 있는데요. 엄지는 실제로 따님 이름이기도 하다면서요?

이현세>네, 처음 엄지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는 최고라는 의미가 아니라, 작지만... 엄지공주 있잖아요. 작지만모든 세상의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험해서 성공하는 그런 가녀린 여성이지만 현대 사회와 싸워서 이겨나가는 그런 모델로 잡았는데 딸에게도 그 이름을 지어줬죠. 작지만 꿋꿋하게 성장해 달라는 그런 의미로요.

정운갑>따님이 (이름처럼) 그렇게 꿋꿋하게 잘 성장하고 있습니까?(웃음)

이현세>지금 벌써 마흔이 됐고요. 결혼했고요, 손녀 하나가 있고요. 그리고 연극이나 오페라 뮤지컬 무대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정운갑>‘공포의 외인구단’을 발표하자마자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이현세’라는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 당시 독자들이 왜 공포의 외인구단에 열광했다고 보는지요?

이현세>외인구단에서 자신들이 위안 받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외인구단은 그때까지 전통적인 권선징악의 그런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복수하기 위해서 돌아온 어벤져스, 그리고 집요한 끝까지 스토커 같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 집요한 욕망 이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그러니까 외인구단의 어떤 헤드 카피가 보면 첫 번째가 ‘강한 것은 아름답다’ 이건 굉장한 그 당시에 자기 자존감하고 연관이 돼 있는, “정의롭지 않아도 좋아, 널 위해서 살아야 해, 강해져야 해”, “네가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거는 집요한 사랑의 멘트고요. 그다음에 이제 마지막에 있는 게 “하기 싫은 일은 절대 하지 않아”라는 그런 세 가지 헤드 카피가 전체 외인구단의 이야기를 얘기해 주고, 그 세 가지 카피가 그 당시 젊은이들이 외인구단을 보고 폭발했던 예외이기도 하죠.

정운갑>말씀을 들어보면 공포의 외인구단이 야구 얘기이기는 하지만, 당시 사회 현실을 담기도 했습니다. 사회의 불의, 사회에 대한 저항도 표현한 것 같은데요. 만화와 현실은 어떻게 상정됩니까?

이현세>아주 같이 가죠. 만화가들은 아주 예민해서 어떤 뭐 그렇게 깊이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마치 식물들 같아서 나쁜 땅에서 자라면 독초가 되고 좋은 땅에서 자라면 약초가 되듯이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래서 사회 현상하고 만화 작가들의 작품하고는 똑같이 표현돼요. 지금도 보면 그래서 이제 우리 웹툰도 보면 거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나가고 있거든요. 젊은이들의 고독이라든지 또 학교의 학폭이라든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이번 생은 망했어, 하지만 다음 생에서는 라는 걸 기대하는 그런 로맨스 판타지 같은 것들이 엄청 유행하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이 다 그 콘텐츠를 좋아하는 거예요. 그대로 현실을 투영한다고 보시면 그리고 가끔은 과학과도 긴밀한 연관을 맺죠. 과학자가 1% 이렇게 정보를 주면 만화가들은 그걸로 99%의 상상력으로 SF라는 판타지라는 걸 만들죠.

정운갑>엄청난 창조성을 발휘하는 거죠.

이현세>그렇죠, 그리고 또 한 3~40년 지나면 그걸 우리가 이렇게 들고 다니고 있죠.

정운갑>‘공포의 외인구단’은 원래 4권을 목표로 했다가 반응이 너무 좋아서 30권으로 완결했는데요. 그 뒤에 영화라든가 드라마로도 제작이 됐습니다. 분량이 늘어나면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만만치 않을 텐데요. 야구 공부와 취재 등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현세>아니요, 그 당시 만화가는 1% 정보와 99% 상상력으로 만화를 이야기를 꾸미고, 그리고 그랬었습니다. 그러니까 어 야구에 대해서도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도깨비 승부를 하는 구단이 나오니까 이거 너무 만화적이지 않아? 라고 해서 이 거대한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거든요. 이 외인구단 스토리 작업을 같이했던 친구가 스포츠 광이었어요. 그리고 저도 물론 야구 광이었죠. 그래서 어떤 정보 취지보다는 상상력이 훨씬 많이 필요했던 작업이었죠.

정운갑>최근에 ‘이현세 AI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역 만화가가 AI와 협업을 시도한 것으로 이현세 씨가 처음이라고 하는데. AI와 손을 잡고 AI를 활용해서 어떤 걸 해 보고 싶은 건지요?

이현세>구체적으로는 처음 이렇게 확 와 닿았던 건 제 생명은 유한하니까, 언젠가 죽고 나면 까치, 엄지도 다 끝나니까. 나 대신 내가 죽고 난 뒤에도 내 만화를 그릴 수 있어, 라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목적은 그거였습니다. 그거였는데 이제 현재 한 세 가지 정도를 작업하고 있죠. 하나는 제가 그렸던 예를 들면, 공포의 외인구단을 AI가 학습해서 똑같이 한 번 더 그려보는 거예요. 얼마나 재현할 수 있는가 그걸 이제 재담이라는 기획 제작사가 하고 있고요. 또 하나 작업은 리메이크하는 작업입니다. 마지막은 역시 이현세의 그 모든 만화를 생각과 화풍을 학습해서 언젠가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서 오리지널 그림을 그리는 게 목적입니다.

정운갑>굉장히 흥미로운 대목인데요. 이현세씨가 44년 동안 그린 작품이 무려 4천여 점에 달하는데요. 그 작품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보니까 어떻습니까? 실제 이 작가 이후에 과연 AI가 대신할 수도 있을까? 이게 참 궁금합니다.

이현세>처음에는 속이 터졌는데요, 지금은 많이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제일의 장점은 착하다는 거죠. 농땡이도 안 부리고 명령을 준 대로 스무 몇 시간 쉬지 않고 공부해서 학습하려고 하는 기능은 정말 대단하죠. 그래서 지금 보면 기술은 있는데, 아이큐는 있는데, 뭔가 감성이나 상상력이 부족하다. 그 부분을 제가 채워줘야 하는데... 이런 거예요. 옛날 만화는 보면 말풍선이라든지, 효과음이라든지 또 앞에 지나가는 배경이라든지 이런 걸 넣다 보면 어깨가 없고, 머리 한쪽이 안 보이고, 또 이쪽 팔이 안 보이는 게 있어요. 그러면 그걸 얘가 잇지를 못해요. 그건 제가 이어줘야 합니다. 그런 작업만 다 하고 나면 굉장한 작업을 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주 정밀한 정밀성하고 노동력 두 개죠.

정운갑>AI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인공지능이 만화가의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는 건가요? 챗GPT로 이미 인공지능 창작 활동하고 있잖아요. 사람들도 챗GPT 활용을 많이 하고 있고, 만화가가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상황이 된 건데요. 그렇다면 만화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현세>그 어떤 다른 여러 가지 이런 잡다한 그런 정보들, 이야기 콘텐츠보다는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 문학을 공부해서 행간과 행간 사이에 작가가 주고자 하는 어떤 의미 이런 깊은 사고를 가지고 접근했을 때 인공지능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한테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요.

정운갑>우리나라 만화 콘텐츠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과거에는 만화 강국 하면 일본을 떠올렸잖아요.

이현세>지금은 전 세계 시장을 세 개로 분배할 수 있죠. 한국은 웹툰 강국, 인터넷 만화의 최고. 미국은 히어로 만화의 가장 강점이 있고, 일본은 여전히 ‘망가 시장’을 가지고 있고, 유럽 시장이 지금은 좀 존재감이 약해져 있죠. 그래서 지금 현재는 한국은 인터넷 만화 그러면 최강국이죠. 그래서 저는 어디 가면 웹툰은 K를 붙이면 안 된다, 다른 건 다 영화든 음악이든 모든 대중음악이나 이런 것들이 외국에서 먼저 발생해서 한국에서 그걸 깨어나게 만드니까 K라고 붙일 수가 있지만 웹툰은 우리 한국이 먼저 젊은이들이 개발해서 만든 거니까 웹툰은 그냥 정관사를 붙여서 웹툰이라고 그래야 하지 거기에 ‘K 웹툰’을 붙이는 건 맞지 않다.

정운갑>전 세계에서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이현세>그렇죠.

정운갑>곧 칠순이 됩니다. 그런데도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만화계라는 게 보통의 정신력, 체력으로 버티기가 힘들잖아요. 이현세 씨만의 특별한 비결 같은 게 있습니까?

이현세>비결은 없고요. 굳이 어쩌면 타고난 체력도 있겠지만요. 워낙 낙천적이고 긍정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그래서 어떤 근거가 없는데도 ‘무조건 나는 잘 될 거야, 이 일은 잘 될 거다’라는 아주 낙천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일하는 것 자체, 그 자체가 처음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밥을 먹는 것처럼 너무 즐거운 일이니까 즐거운 일은 해도 해도 지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운갑>올해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작품도 나오고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 등 여러 계획이 있는데요. ‘이현세’하면 어떤 만화가로 남고 싶으십니까?

이현세>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작가.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만드는 힘의 원동력에는 그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이야기를 다 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많은 이야기를 한 작가로 남고 싶다. 대신에 옥에 티나 이런 건 엄청 많겠죠. 매번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하니까. 그래서 그런 만화로 남으면 최고다. 그리고 나머지는 뒤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저를 정리해 주겠죠. 저는 정리하지 않고 그냥 갈 생각입니다.(웃음)

정운갑>도전과 생각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 나가고 있는 만화가 이현세 씨를 보면서 창작, 창조의 원천인 만화가의 역할이라는 이런 것이구나, 생각해 봅니다. 이런 창작자의 정신이 K 만화, 대한민국 웹툰의 성장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현세>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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