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1사단장, 수색현장 보고도 안전대책 확인 안 했다"
해병대, 방송 출연 문제 삼아 징계절차 착수… "연기 신청하겠다"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소장)이 지난달 고(故)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도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단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사고 조사를 수행했던 박정훈 대령 측은 13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임 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와 그 내용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임 사단장은 채 상병 사고 발생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오전 6시30분쯤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장병들이 구명조끼·안전로프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물가 근처 수색 작업을 하는 모습을 봤다.
그러나 임 사단장은 이 당시 수색 작업에 투입된 장병들의 복장 상태와 경례, 그리고 관련 언론보도에 대비한 지시만 내렸을 뿐 안전조치는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임 사단장은 채 상병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달 19일 오전 6시50분쯤 1사단 정훈공보실장으로부터 병사들이 물속에서 수색작전을 진행 중인 사진 등의 언론 보도 현황을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보고받고는 오전 7시5분쯤 "굿(Good). 공보활동을 아주 잘하고 있군"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수사 땐 해당 사진을 '언제 봤느냐'는 질문에 '채 상병 영결식장(7월22일)에서 처음 봤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를 "허위 진술"로 판단했다.
임 사단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경북 재난상황실로부터 예천 지역 실종자 수색 등 재난 지원 요청을 받았으나, 해병대 신속대응부대가 현장에 전개한 17일 오전에서야 '실종자 수색이 주임무'임을 예하 여단장에게 알렸던 것으로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드러났다.
여단장도 17일 오후 10시쯤 각 부대 지휘관 및 간부들에게 '실종자 수색이 주 임무'라고 최초 전파했다. 이 때문에 수해 피해 가옥 복구 등에 필요한 삽·갈쿠리 등만 챙겨왔던 각 부대는 18일 오전 8시부터 안전장구 없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수행해야 했다는 게 박 대령 측의 설명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임 사단장 등 간부 8명에게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렸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에 대한 혐의 판단 과정에서 해병대 1사단에 파견돼 있던 해군 군검사와도 논의했다고 한다.
박 대령 측은 "당시 해군 군검사는 유사 판례에서 회사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이 인정되면 대표이사에게도 그 책임이 있단 취지의 판결을 검토한 뒤 임 사단장에게 일반적 과실 책임뿐만 아니라 구체적 책임도 있다는 법무 조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은 이후 지난달 30일 오후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결재 받은 뒤 이달 2일 오전 경찰에 이첩했다가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된 상태다. 이 장관이 결재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해병대 측에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이후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 전까지 직속상관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이첩 보류'에 대한 명시적 지시를 들은 적 없고, 오히려 이 사이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보고서에서 혐의자·혐의 내용·죄명 등을 빼라'는 취지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에선 박 대령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이 이달 11일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거부한 뒤 TV 생방송 인터뷰에 응한 사실을 문제삼아 오는 16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이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 응한 사실이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 등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은 이번 징계위 소집에 응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징계 대상자의 진술권 보장을 위한 징계조사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징계위 연기 신청서 제출할 것"이라며 △징계기록 정보공개 청구 △징계위원 성명 공개 청구 등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래도 해병대가 16일에 징계위를 강행한다면 불공정한 징계이므로 참석이 의미가 다"며 "'불출석 사유서 및 서면심리 요청서'를 내고 항고 및 행정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박 대령 측은 14일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 소환이 예정돼 있던 지난 11일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군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공개 요청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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