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진 영웅이라더니 이젠 나눠먹기 카르텔인가"
항우연 등 과학계 강력 반발
과기장관 "前정부때 예산폭증
낭비 줄이고 우수기관에 혜택"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최대 30% 삭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자 과학계가 들끓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눠먹기식 배분' 등 R&D 예산의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번 같은 천편일률적 예산 삭감은 한국 과학계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효율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예산 삭감에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양자나 우주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에 최대 30%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을 통보했다. 8월 11일자 A16면 보도
지난달 출연연은 내년 예산을 20% 줄이는 안을 마련해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바 있는데 오히려 삭감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예산 규모가 큰 출연연은 여러 주요 연구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 수탁과제 비율이 낮은 출연연은 적자 운영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학계 관계자는 "양자 등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기초 분야에 대한 삭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카르텔' 집단이라는 지적에 출연연 사기 저하도 심하다. 한 과기계 관계자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찬사를 받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은 얼마 전까지 국민 영웅이었다가 갑자기 연구비를 나눠먹는 카르텔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 크게 동의한다면서도 무조건적이고 숙고 없는 예산 삭감은 한국 과학계에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과기계 관계자는 "삭감된 예산을 비과학 분야에 쓰지 말고 이를 다시 유망한 과학 분야에 차등 투입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나눠먹기 폐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계 반발과 관련해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 때 R&D 예산이 10조원 늘었다. 그렇게 늘어나도 속을 들여다보면 예산 집행률이 낮은 부분도 있다"며 "이런 낭비성 예산을 효율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출연연의 경상비·운영비는 크게 문제가 없다"며 "출연연은 연구팀다운 연구팀을 만들어 예산을 공개적으로 경쟁해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하지 않고 줄었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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