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실형선고’ 판사 비판에···법원 “과도한 인신공격”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실형을 선고한 판사에게 여당이 비난을 쏟아내자 법원이 13일 “재판장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판결에 대한 분석과 비판적 평가는 언제나 있을 수 있고 재판부나 법원이 귀담아들어야 함은 당연하다”면서도 “이를 넘어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재판장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개별 판결을 두고 불거진 장외 논란에 법원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법관 개인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사법부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는 게시글의 작성 시기 등을 고려하면 일부 내용만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문제들을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의 문제제기는 해당 재판장뿐 아니라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모든 법관의 재판절차 진행 및 판단 과정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판사가 판결 직전 한국법조인대관의 등재 정보를 삭제했다는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양형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검찰이 구형한 벌금 500만원을 웃도는 형이 선고되자 국민의힘 등에선 판사의 성향을 문제삼았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판사가 고등학생 시절 노 전 대통령을 탄핵한 현 여권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쓴 사실 등을 언급하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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