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사망자 93명으로···“수색 3% 진행, 피해 규모 더 커질 듯”

선명수 기자 2023. 8. 13. 16: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와이 산불 사망자 최소 93명 불어나
“미 100여년 만에 최악의 산불 참사”
수색 3%만 완료…피해 더 커질 듯
산불 당시 사이렌 안 울려…당국 대처 도마에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산불로 주택과 자동차가 전소돼 잔해만 남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망자가 93명으로 늘어나면서 이번 산불은 미국에서 100여년만의 최악의 산불 참사로 남게 됐다. 산불 확산 당시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 등 당국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산불 닷새째인 12일(현지시간) 피해가 극심했던 서부 라하이나 지역에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망자 수는 최소 93명으로 늘었다. 조지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주택 대부분이 전소돼 정확한 사망자 집계에는 일주일 넘게 걸릴 수 있다고 그린 주지사는 말했다. 존 펠레티어 마우이 경찰서장은 “수색 대상 지역의 3% 정도만 수색이 완료된 상태”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수색대는 전소된 건물과 자동차의 잔해마다 수색대와 시신 탐지견이 다녀간 곳에는 ‘X’ 표시를 남기고, 유해가 발견되면 ‘HR’(human remains) 글자를 표시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0일(현지시간) 하와이 주방위군 소속 수색대가 산불 피해를 입은 마우이섬 라하이나 마을을 수색하며 건물에 수색대가 다녀갔다는 뜻의 ‘X’ 표시를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마우이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웨스트 마우이 지역에서 화재 피해를 입은 건물은 2200채이며, 이 가운데 86%가 주택이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는 60억달러(약 7조9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주민 4500명이 산불로 대피했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은 이재민 수가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라하이나 인구는 지난 2020년 통계 기준 1만2702명이다.

이번 산불은 최근 100여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마우이섬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앞서 최악의 산불 피해로 남아 있던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마을의 산불 사망자 85명을 넘어섰다. 그 이전으로는 1918년 미네소타주 칼턴 카운티 산불로 주택 수천 채가 불타고 수백 명이 숨졌다.

문제는 여전히 행방불명인 주민 수가 많다는 것이다. 실종자가 1000여명을 넘는다는 하와이주 상원의원이 발언이 나왔지만, 펠레티어 서장은 “솔직히 우리도 모른다”며 “통신 문제로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본적인 것들을 알기 전까지는 실종자 수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실종된 가족이 있는 주민들은 수습된 사망자 가운데 가족을 식별할 수 있도록 DNA 검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의 여파로 11일(현지시간) 주택과 자동차들이 전소됐다. AFP연합뉴스

산불 확산 당시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 등 당국의 부실한 대처가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주민들은 라하이나에 화마가 덮친 지난 8일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와이 재난관리청도 당시 경보 사이렌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하와이주는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마우이섬 내 80개를 포함해 주 전역에 약 40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를 갖추고 있다. TV와 라디오 방송,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산불 경보가 발송됐지만 많은 지역이 산불로 정전된 데다 일부 지역에선 통신마저 두절되면서 주민들이 새벽시간대 직접 불길을 목격하거나 냄새를 맡기 전까지 미처 대피할 수 없었던 것이 피해를 키웠다.

라하이나 주민 콜 밀링턴은 “휴대전화에 경보가 울리긴 했지만 대피하라는 언급은 없었다”며 “하늘에 거대한 검은 연기 기둥을 보고서야 상황을 알아챘다”고 CNN에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와이가 0.5마일(8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도 실제 응급 상황에서는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현지 전력회사가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송전 차단 조치인 ‘공공안전 전력차단’(PSPS)을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왔다.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은 산불 전후의 주요 의사 결정과 대응의 적절성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에서 산불로 전소된 주택과 자동차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AFP연합뉴스

마우이섬이 심각한 산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주 당국이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 마우이 카운티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작성된 1043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라하이나가 위치한 웨스트 마우이 지역의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경고가 담겼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가뭄이 더욱 빈번해지고 그 강도가 심해짐에 따라 산불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며 매년 평균 90% 이상의 확률로 웨스트 마우이에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산불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산불 발생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큰 불길은 거의 잡혀가고 있지만 산불 재확산 우려는 여전하다. CNN은 소방관과 동행해 화재 현장을 촬영 중인 전문가를 인용해 나무 뿌리들이 여전히 땅 속에서 불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양 온도가 화씨 180~200도(섭씨 82~93도)로 올라 땅 속 불씨가 어디서든 튀어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마우이섬에는 최근 몇 달간 비가 내리지 않아 토양이 건조해 불이 붙기 쉬운 상태다. 전날 라하이나에서 북쪽으로 약 7㎞ 떨어진 카아나팔리 지역에선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해 2시간여 만에 진압되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