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직전, 조선 고소했던 유튜버 "검찰 실수로 마주쳐…1m 거리서 응시"

게임유튜버, 지난해 악플러 다수 고소
조선도 이 유튜버에 악플 다수 남겨
검찰 조사선 "고소인 떠올리며 범행"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칼부림을 해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범 조선(33)을 모욕죄로 고소했던 한 게임 유튜버가 검찰 측 실수로 조씨와 마주쳤다고 주장하며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젊은 남성만 골라 공격했던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저지르며 고소인을 떠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 유튜버인 20대 남성 A씨는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신림동 칼부림 사건 가해자가 제 악플러였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디시인사이드에서 자신을 향해 "게이 같다" 등 모욕성 글을 쓴 악플러들을 고소했고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검찰로부터 다시 한번 출석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한 게임 유튜버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자신이 고소했던 악플러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버 캡쳐

검사실에 들어선 A씨가 마주친 사람은 조씨였다. A씨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마가 일방적으로 나를 알고 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인터넷에 게시하다 나한테 고소를 당했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수갑을 차고 죄수복을 입은 조씨는 1m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A씨를 한동안 똑바로 응시했고, 담당 수사관은 나중에서야 "착오가 있었다"면서 얼어붙은 A씨를 다른 사무실로 안내했다고도 했다. A씨는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나에게) 뛰어오는 게 아닐까, 해코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A씨는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그는 "제 또래가 희생돼 안타깝고 착잡하고 무섭다. 최대한 마음을 추스르고 금방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오랫동안 악플러들이 잠재적 살인마라는 생각을 해왔고, 고소를 통해 이유 없이 마녀사냥하는 문화를 바꿔 보고자 했다"면서 "이번 일로 내가 한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씨가 A씨로부터 고소당했던 일이 이번 사건에서 하나의 트리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잠잘 때를 제외한 대부분 시간을 온라인 게임과 게임 동영상 시청에 할애했던 조씨는 범행 나흘 전인 지난달 17일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범행하며 고소인을 떠올렸다"고 진술했고, 검찰 전문수사자문위원회는 "피의자가 그나마 소속감이 있던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고소를 당하자, 소년원 시절 사회로부터 격리된 기억이 떠오르며 심한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수민)는 11일 조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모욕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