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부총통 뉴욕행…中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 반발

이윤정 기자 2023. 8. 13. 16: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민진당 부총통(가운데)이 12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파라과이 방문에 앞서 미국을 경유하면서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며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라이 부총통의 방미로 긴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라이 부총통이 탄 대만발 중화항공 여객기가 미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에 착륙했다. 라이 부총통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기회의 상징인 ‘빅 애플’(뉴욕시)에 도착해 행복하다”며 “뉴욕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경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특사 자격으로 대만의 유일한 남미 수교국인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팔라시오스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6박 7일 일정으로 파라과이 방문길에 올랐다. 라이 부총통은 출국길에 뉴욕을, 귀국길에는 샌프란시스코를 각각 경유할 예정이다.

라이 부총통이 미국에서 누구를 만날 예정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과의 회동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조 바이든 정부는 이번 방미 일정이 주목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긴장 고조를 피하고 최근 재개된 미중 간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기 위해 라이 부총통의 방미가 주목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은 라이 부총통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존을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을 반드시 수복해야 할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WSJ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에 반발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수위를 더 높여 지난 4월처럼 실탄 사격 훈련까지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4월 차이잉원 총통이 중미를 방문하면서 경유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매카시 하원의장 등을 만난 것을 계기로 사흘간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형태의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WSJ는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섬세한 노력이 깨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도발적인 반응을 보일수록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라이 부총통의 인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대만 선거를 두고 미국이 민진당을, 중국이 친중 성향 야당 국민당을 각각 지원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은 국민당에 참패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 압박이 강화되면 유권자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반발심이 커져 민진당 지지율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