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고’에 식어 가는 세계의 공장… 中, 장기불황 가능성 우려 [뉴스 인사이드-커지는 中 경제 경고등]
6월 소매판매 3.1% 증가 그쳐 크게 둔화
수출액, 12.4% 줄어 41개월 만에 최대폭
GDP 20% 차지 부동산 판매·건설 하락
더딘 경기 회복에 경제 활동 위축 악순환
정부, 소비확대·부동산 부양책 내놨지만
3년 코로나 통제로 中企·자영업자 한계
소득 증대 구체 계획 없어 비판 쏟아져
청년 실업대책도 뚜렷한 효과 못 봐 비상
“소비하면 지원해주겠다는데 수중에 돈이 있어야 소비를 할 것 아니냐.”
9일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최근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5.7%, 5.5%에서 5%로 각각 낮췄다. 씨티그룹도 JP모건과 마찬가지 5.5%에서 5%로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도 5.5%에서 5.2%로, 노무라증권도 5.5%에서 5.1%로 각각 이 전망치를 내렸다.
미래 동력인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점 역시 중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5월 실업률 20.8%보다 0.5%포인트 커졌다. 지난해 12월 16.7%에서 계속 상승해 지난 4월 20.4%를 기록, 사상 처음 20%를 돌파했고, 계속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과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확대, 청년 고용 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여러 고용 촉진책을 내놨으나 청년 실업률은 7∼8월 신규대졸자들이 취업 시장에 가세하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취업을 못 한 자녀가 집에서 식사와 청소 등을 하는 대신 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전업 자녀’(全職兒女)가 생겨나고,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대도시 청년들 사이에서 팔다 남은 음식으로 구성된 ‘잔반 랜덤 도시락’(剩菜盲盒)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책 쏟아내지만 현실과 괴리
경제 회복이 더디자 중국 거시경제 주무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잇달아 소비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지난달 18일 친환경 가구·전자제품·주택 구입 지원 방안, 스마트 가전제품 신규 구매 지원 방안, 금융기관의 주택매수용 대출상품에 대한 신용지원 강화 등이 담긴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한 11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유명무실했던 유급 휴가제를 시행하고, 탄력 근무제를 장려하는 한편 관광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소비 회복 및 확대 20개 조치’를 내놓았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제력 있는 사람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차도 바꾸고, 주택도 리모델링할 수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정책은 소비 유도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라고 꼬집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중국 내 경제학자들도 감세 등 간접적인 지원책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어렵다며 현금을 지급할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 당국은 경기 회복이 둔화하고, 경기부양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경제 전문가들에게 디플레이션 등 경제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대해 “여러 국가, 특히 아시아 국가는 자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의 탄탄한 성장에 의존한다”며 “중국의 성장 둔화는 미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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