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택’ ‘양봉 살리기’···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증가 추세
지정기부 시스템 개선 목소리도
전국 지자체들이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고 있다. 지정기부는 지자체가 기부금으로 추진할 사업을 제시하면 해당 사업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사업 자금을 기부하는 것이다.
기존 고향사랑기부금 사용처가 취약계층 지원 또는 문화복지 확대 등으로 포괄적인 반면 지정기부는 지자체가 재정난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사업에 기부금을 활용해 할 수 있고, 기부자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기부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울산 동구는 제1호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으로 ‘청년노동자 공유주택 조성’을 선정했다.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지역 특성 상 최근 선박수주가 늘면서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청년 취업자가 크게 늘지 않는 배경에 주거비 부담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구는 올해부터 연간 10억원의 지정기부를 받아 원룸·빌라 등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청년 노동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기로 했다.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은 “조선업 인력난을 해결하면서 청년인구 유입을 유도해 지역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양구군은 ‘못난이 농산물 多가치 프로젝트’와 ‘북위 38도 꽃꿀 복원 프로젝트’를 지정기부 사업으로 내놨다. 모금 목표액은 각각 1억원이다. 양구군은 기후변화로 못난이 농산물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해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이면서 가치있는 농산물로 재육성하고, 꿀벌 집단폐사 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동구는 전국 첫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E.T 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지정기부 사업으로 정했다. 야구단 지원은 기존 민간 지원이 끊기면서 운영 중단 위기에 따른 것이다. 연습장 마련과 장비 구입 등을 위한 모금목표액은 10억원이다.
광주극장은 1935년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사업가 최선진씨가 개관한 단관극장이자 유일한 향토극장이다. 광주동구 관계자는 “과거 100년을 유지한 광주극장이 향후 100년을 이어가도록 시설 개선을 위해 총 15억원의 지정기부금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단체와 협업해 지정기부를 유도하는 지자체도 있다. 전남 곡성군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해주세요(곡성 소아과)’를 지정기부 사업으로 정했다. 올해 모금목표액은 8000만원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농촌 지역에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진료 개선을 위해 전문의 곡성 방문진료, 인근 도시 소아청소년과 사전예약, 소아청소년과 반값 진료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제주도는 지난달 21일 지정기부금 모집에 관한 사항과 기부 활성화 공모 사항 등을 담은 ‘고향사랑기부제 조례 중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지자체들의 지정기부 모금기간과 목표금액 및 사업시행 시기 등은 사업특성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올해부터 모금하고, 내년부터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지정기부를 활용하려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현행 고향사랑기부제 모금방식은 지정기부 활성화를 유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향사랑기부제 기부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은 기부자가 기부할 지자체를 먼저 선택한 다음 지정기부 사업내용을 확인하고 기부하도록 돼 있다. 지정기부 사업을 사전에 알고 있다면 검색란에서 사업명을 검색하면 되지만, 어느 지역에 어떤 기부사업이 있는지 알지 못할 경우 기부자의 선택권이 좁아진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홍보전단지와 배너·영상 등을 제작해 각종 행사장에서 지정기부를 위한 홍보활동을 별도로 해야 한다. 기부 역시 고향사랑e음을 통하도록 돼 있어 다양한 경로를 통한 지정기부는 어렵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지정기부를 활성화하려면 모든 절차가 기부자 친화적이어야 하는데 현행 기부시스템은 행정 편의적으로 돼 있다”라며 “일본의 경우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기부시스템 이외에 민간 기부플랫폼이 40여개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과 비정부기구 등 구성원들의 폭넓은 참여의 장이 필요하고 이를 한데 모아 기부자들의 접근을 쉽게 해야 지정기부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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