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교육부 사무관 사과... “아동 치료기관의 자료 전달한 것”

최혜승 기자 2023. 8. 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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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우리 아이는 왕의 DNA’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자녀 담임 교사에게 보내 갑질 의혹을 받은 교육부 사무관 A씨가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왕의 DNA’라는 표현에 대해선 아동 치료기관 자료의 일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13일 교육부 기자단에 보낸 사과문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선생님들을 그 누구보다 존경하며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선생님을 존경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는 표현이 적힌 편지를 자녀의 담임에게 보낸 데 대해선 “담임선생님에게 보낸 자료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며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 전달해 드린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그러면서 “전후 사정의 충분한 설명 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했으니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 선생님께 상처가 됐을 것 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녀의 이전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것에 대해선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 점, 좋은 점을 쓴 글이 학교종이 알리미앱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했다.

A씨는 “그 과정에서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번도 말씀 드린 적은 없다”며 “그래서 저의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혹여나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에 따르면, 교육부 사무관 A씨는 지난해 11월 초등학생 자녀가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담임 B씨를 신고했다. 자녀가 도서관 이동 수업을 거부해 교실에 남겨둔 것은 ‘방임’이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B씨는 직위해제됐다가 올해 2월과 5월 경찰과 검찰에서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후 새 담임교사 C씨에게 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알아듣는다” “하지 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칭찬은 과장해서, 사과는 자주, 진지하게 해달라” “인사를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하게 강요하지 않도록 해달라” 등의 요구사항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이런 편지를 학기 초마다 자녀 담임에게 보냈다고 교사노조는 주장했다.

A씨는 또한 새 담임교사에게 자녀의 교육 내용 및 행동 변화를 기록해 매일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전임 담임교사를 ‘아동 학대’라고 진정할 때 사용한 문서도 새 담임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A씨가 교사에게 갑질을 한다는 민원을 받고 조사를 했지만 구두 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 이번엔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11일 A씨에 대한 직위 해제를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교육부에서 6급 주무관으로 일했던 A씨는 올해 1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고 대전의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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