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신고 후 조사 받으러 갔더니...신림동 흉기 난동범이 있었다”
악플러를 고소한 한 유튜버가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조선(33) 탓에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 이 유튜버가 악플러들을 모욕죄로 고소했는데 검찰 연락을 받고 악플러 중 조 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심지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조 씨와 마주치기까지 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유튜버 루인은 지난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신림동 칼부림 사건 가해자가 제 악플러였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유튜버의 구독자 수는 22만여명으로, 이 영상은 13일 오후 3시 현재 6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건은 이 유튜버가 ‘디시인사이드’에서 자신을 향한 악플을 단 네티즌을 대량 고소한 건에서 시작했다. 유튜버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검사라고 밝힌 상대방은 유튜버에게 고소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혹시 신림동 칼부림 사건을 아시냐”라며 “신림동 사건 관련자가 루인님께 악플을 단 것으로 확인돼 연락 드렸다”고 했다. 유튜버는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며 “지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치광이 살인마가 나를 알고 나에 대해 비방하다가 고소를 당했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당일 오후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서울지검을 방문한 유튜버는 더욱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고 했다. 그가 검사실에 도착해서 본 이는 검사가 아니라 신림동 칼부림 사건 가해자 조선이었던 것이다. 그는 “(조선이) 수갑을 차고 죄수복을 입은 상태로 있었는데 인기척에 나는 제 쪽 방향을 쳐다봤다”며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저를 응시하는데 눈빛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는 “수사관님이 ‘착오가 있었나’ 혼잣말을 하며 제가 원래 조사를 받아야 할 방으로 데려다줬다. 피해자인 저로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질문이 귀에 들어온다기보다는 ‘이게 언제 끝나지’하는 생각이 컸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악마와도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이 내 행동 반경 내에 있고, 심지어 그 사람은 나를 일방적으로 알고, 나에 대한 비방을 인터넷에 게시했고, 나한테 악감정을 가진 사람인데 내가 고소를 했다는 사실도 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실제로 얼굴을 봤으니까 ‘혹시 나중에 해코지라도 당하는 게 아닐까’, ‘지금 당장 뛰어오지는 않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조사 후 귀가하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 또래 희생자들이 너무 안타깝고, 저도 그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했다. 그는 또 “아직도 기분이 착잡하고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무섭다”며 재차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 유튜버는 해당 영상에 추가로 댓글을 달고 유튜브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찰 측의 실수로 해당 가해자와 면을 트게 된 점이 제 마음속 트리거가 된 게 아닌가 싶다”며 “며칠간 밤잠을 설치며 칼부림 사건에 대한 생각, 신림동 사건 가해자 얼굴만 계속 기억 속에 남게 되고, 수많은 악플들이 더해지니 더는 유튜브 활동을 이전처럼 하긴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지난 11일 조선을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모욕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해 12월 이후 직장도 다니지 않고 대출금 300만원으로 집에만 머물면서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에 몰두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27일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향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가 해당 남성에게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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