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도전하는 美바이든, 이란과 핵 협상 속도 내나

이명철 2023. 8. 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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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석방 합의, 한국내 60억달러 동결자금 해제
핵 협상,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등 중동 성과 필요해
“이란 인질극 부추긴다”…공화당 반대 등 난관 예상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과 이란이 자국민 석방을 조건으로 수년간 묶였던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한국 내 이란 자금이 본국으로 넘어간다. 이번 조치로 한국과 이란간 관계 개선은 물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동의 평화’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란 긴장 완화와 미 의회의 승인 여부 등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미-이란, 핵 협상 복귀 앞두고 중요한 진전”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은 각각 자국 내 수감자 5명을 서로 풀어주고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동결됐던 이란 자금은 한국의 원유 수입 대금이다. 2018년 5월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탈퇴했다. 이후 대(對)이란 제재를 가동하면서 이듬해 5월 한국 내 이란 자금이 동결됐다.

이란은 해당 자금의 동결 해제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2021년 1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국적 선박을 나포해 자금 송금을 요구하는 등 한-이란 관계 악화 요인이기도 했다.

미국은 이란의 동결 자금을 협상 카드로 썼기 때문에 이번 합의가 양국이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한 사전 단계라는 관측이다. 워싱턴 극동정책연구소의 헨리 로마 선임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협상은 올해말 공식 핵 협상 복귀를 앞두고 긴장을 완화하려는 워싱턴과 테헤란의 노력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둬 내년 재선 때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미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관계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1년 안에 수교를 맺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중동에서는 미·중간 영향력 싸움이 치열하다. 이미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간 관계 개선을 중개하면서 성과를 거둔 바 있어 미국측은 조바심이 나고 있다. 이에 사우디-이스라엘 중개자에 이어 이란 핵 협상에도 나서면서 중동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 한다는 것이다.

이란 핵 협상은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도 필요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핵 합의 탈퇴와 대이란 제재 이후 이란은 핵무기에 필요한 수준에 가까운 우라늄 농축을 추진했다.

기존 핵 합의에서는 이란이 우라늄을 저농축하도록 제한했는데 합의가 파기되면서 오히려 고농축으로 전환해 우려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우라늄 고농축을 문제 삼으면서 미국에 자국 내 우라늄 농축 허용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이란과 핵 협상을 이끌고 중동 지역 정세를 개선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美의회 통과해야…호르무즈해협 긴장도 지속

정치적 이해가 걸린 만큼 이란과의 핵 협상이 순조로울진 미지수다. 우선 미국과 이란이 공식 핵 합의를 하기 위해선 미국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공화당의 반대가 예상된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짐 리시 의원은 엑스를 통해 “부당하게 억류된 미국인의 귀국을 환영한다”면서도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것은 위험하게 인질극을 더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인 석방을 위해 테러 정권에 돈을 주는 정책은 더 많은 테러가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NYT도 앞으로 미국-이란 관계에서 추가 외교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번 협상과 별개로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이란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합의가) 이란과 미국의 긴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투입을 고려 중이고, 이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폭탄 운반용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동결됐던 이란 자금은 원화→유로화→리알화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이체를 진행하게 된다. 수조원대에 달하는 금액이 한꺼번에 원화에서 이란 리알화로 환전되면 환율시장 등에 변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 대한 미국 제재가 지속되고 있어 동결 자금의 사용처는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이란 중앙은행(CBI) 총재인 모하메드 레잔 파르진은 12일(현지시간) 엑스를 통해 “한국에서 압류됐던 이란의 자금은 유로화로 환전한 후 카타르 내 이란 은행 6곳에 계좌에 입금될 것”이라며 “(해당 자금은) 비제재 물품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해당 자금은 군사 목적이 아닌 식량과 의약품, 의료기구 구입에 사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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