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활동 안 하겠다” 6년여 전 이재용 약속 시험대 오른 삼성
‘대통령 멘토’ 김병준 회장직대 수행 영향
김병준 직대 종료 후 상근고문 추대 움직임
재계서조차 “대가 바라지 말고 물러나야”
6년여 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후원금을 모금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던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임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김병준씨가 6개월짜리 회장직무대행을 수행하면서 전경련에 정부 의중을 전달하는 가교 역할이 집중되자 등 떠밀려 가입하는 모양새다.
전경련은 이달 말 풍산그룹을 이끄는 류진 신임 회장 취임에 맞춰 김씨를 고액 연봉과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상근고문에 추대하려고 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조차 정경유착 관행과 단절하기 위해 김씨 스스로 전경련 부활에 기여한 대가를 바라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4대 그룹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 인사는 13일 “정부와 대기업 중 전경련을 더 필요로 하는 쪽이 누구일지 생각해보라”며 “전경련 복귀 결정은 암묵적으로 정부의 생각을 읽고 취하는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관리 부실로 생긴 새만금 잼버리 파행 때도 4대 그룹은 물품 지원과 기숙사 제공 등에 나섰다. 관치경제의 시대가 저물면서 대기업의 경우 정부를 상대로 민원을 할 일보다 부탁을 받는 일이 더 많아졌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선 부처가 창구가 돼 개별 기업과 소통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대응이 일사분란하지 못해 정부는 내심 전경련 부활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총수들이 뱉은 말을 180도 뒤집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12월6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적으로 저는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태경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에 기부금 내는 것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하라”고 하자 이 회장은 “그러겠다”고도 했다. 이후 4대 그룹은 전경련에서 줄줄이 탈퇴했고 해마다 기업별로 30억~40억원씩 내던 회비도 끊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오는 16일쯤 임시회의를 소집해 전경련 재가입 안건을 논의한다. 같은달 22일 전경련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꿔달기 전 이 사안을 매듭 지으려는 목적이다.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한 달도 안 된 지난달 18일만해도 “전경련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재가입은) 조금 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사실상 재가입 수순 아니냐고 해석한다. 현대자동차, SK, LG도 삼성의 재가입 결정이 나오면 동시에 단체행동에 나설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정작 전경련은 석 달 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외부 명망가 중심의 윤리경영위원회을 출범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아직 위원회 인선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4대 그룹이 전경련 재가입에 기운 것은 단체의 급격한 위상 변화 때문이다.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대통령실 주관 행사에 재계를 대표에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 초반에도 거의 모든 정부 행사에서 ‘패싱’을 당하다가 지난 2월 말 여권 출신 낙하산인 김병준씨가 회장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김씨는 회장직무대행을 마친 이후에도 전경련에 상근고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씨 스스로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임기가 끝나도 개혁이 실행되는지 자문 및 협조하고 필요하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밑자락을 깔아놨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겸임 중인 김씨는 모금회에서도 매달 300만원의 직책 수당을 받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김씨가 상근고문이 된다면 4대 그룹 유치 대가로 고액 연봉과 비서, 차량 등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모양새가 된다”며 “자리 욕심 내지 말고 물러나는 게 아름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근인 류진 회장을 도와 실질적으로 전경련의 살림살이를 챙길 상근부회장에 거론되는 인물들도 대체로 여권과 관계가 깊은 전직 관료들 일색이다. 이는 전경련의 방향성에 대해 “기업들의 친목 단체가 돼야 한다”고 고언했던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생각과도 정반대 양상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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