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블리'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이제 더 어울리는 박보영 [인터뷰]
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만년소녀'일 줄만 알았는데 이제 자기주관이 확실한 '어른'이었다. 쾌조의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로 돌아온 배우 박보영은 이제 확실히 자기 주관이 뚜렷한, 똑 부러진 30대 여성이었다. '최강동안' 때문에 잊었던 서른셋이라는 나이가 실감되는 순간이다. 박보영은 극중에서 재난 상황에서도 자신의 주관을 잃지 않는 명화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변신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제까지 유지해온 귀여운 소녀미를 벗고 '누구의 아내'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생활인의 향취를 내뿜으며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후 서울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를 배경으로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입주민들과 생존을 위해 아파트로 몰려드는 외부인들의 갈등을 담은 재난 영화.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는 외부인을 몰아내려는 대부분의 입주민들과 달리 함께 공생할 방법을 고민하는 이성적인 인물. 다수의 뜻을 따르는 남편 민성(박서준)과 달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주민대표 영탁(이병헌)의 관리방식뿐만 아니라 정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진실을 찾아 나선다. 영화 개봉 직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연기변신에 대한 칭찬을 보내자 쑥스러운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제 눈에는 부족한 것만 보이는데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2년 전에 찍은 영화여서 지금 보니 아쉬운 점만 눈에 들어와요. 지금 찍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숙한 점만 보이네요. 그래도 다행히 보신 분들이 제가 '누구의 아내'로 나오는 것을 어색하게 않게 봐주셔서 제가 목표한 건 이룬 것 같아요. 촬영 당시 진짜 모두가 고생이 많았어요. 여름이었는데 영화 속 배경이 겨울이니 다 두꺼운 옷 입고 촬영해야 했는데 세트 추위로 천막까지 쳐놔서 온도가 더 올라가 정말 '찌는 듯한 더위'였어요. 제가 원래 더위를 안 타는 체질인데 땀을 엄청 쏟았죠. 모두가 너무 고생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캐스팅 당시 박보영의 출연 결정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다. 많은 이들은 박보영이 히트한 작품들 때문에 로맨스물에만 주로 출연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박보영은 장르 물을 선호했다. 특히 스크린에서는 '경성학교' '돌연변이' '미확연 동영상: 절대 클릭금지' 등 개성 강한 장르 물에 꾸준히 출연했다. 이런 박보영의 취향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출연에 영향을 미쳤을까?
"소속사를 옮기고 회사 대표님이 제가 어떤 작품에 끌리는지 보시려고 회사에 들어온 여러 대본들 다 주시고 읽어보라고 하셨어요. 근데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다음 장이 궁금해질 정도로 내용이 정말 흥미진진해서 대본을 순식간에 읽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제가 하고 싶다면 이거 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일이 잘 성사돼 출연하게 됐어요. 누가 나올지 몰랐는데 이병헌 선배님, 박서준 오빠, 김선영 선배님 등 연기파 선배님들의 출연이 속속 결정되면서 기대감이 더욱 올라갔어요. 정말 이분들과 언제 이렇게 한 번에 만날 수 있겠어요? 마주칠 때마다 존경심이 생겼어요. 함께 하는 배우들이 에너지가 넘치고 촬영 현장 세트가 정말 디테일하게 만들어져 있으니 마치 내가 그 재난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아 뭐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는 극 중반 이후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과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영화의 가속도를 올려주는 반전의 키를 찾아내며 엄청난 활약을 펼친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계급론을 풍자한 영화 속에서 인간의 양심을 대변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박보영은 '실제 상황이라면 명화처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
"전 명화처럼 용기를 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명화는 어쩌면 이상적인 유니콘 같은 인물이죠. 물론 저도 같이 살 방도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느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은 하겠지만. 명화처럼 직접 나서서 뭔가를 파헤치고 반대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생각만 하고 휩쓸릴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전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면 다양한 답이 나왔겠죠. 최근 우리 모두 팬데믹 시대를 겪었고 기후변화, 디스토피아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상황인데 명화의 선택을 불편하게 보실 분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위선적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명화 같은 사람도 필요하고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본 후 토론할 거리가 많은 영화인 것 같아요. 우리 영화는."
인터뷰 내내 한층 성숙된 생각과 태도로 분위기를 환하게 밝힌 박보영. 과거에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그 기저에 초조함과 긴장감이 느껴졌다면 현재는 시종일관 웃지 않아도 주위를 편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이어 올 하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기에 물이 오른 만큼 다양한 작품에 도전할 심산이다.
"다작을 한 게 아니어서 못해본 역할들이 진짜 많아요. 뭘 해보면 좋을까요? '생활의 느낌이 강하게 오는 현실적인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이제 좀 성숙해졌으니 그동안 엄두를 못 내본 '진한 멜로'에 발을 좀 담가 봐도 될 것 같아요. 시대물, 사극도 좋고요. 로맨틱 코미디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봐야죠. (웃음) 과거에는 제 동안 얼굴이 콤플렉스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남들보다 더 오랫동안 교복을 입을 수도 있고 청춘을 연기할 수 있잖아요. 이젠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모든 건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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