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정당방위 어디까지?…"오히려 처벌 받을 수도"[알고보니]

조현기 기자 2023. 8. 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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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현행 법원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과 함께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 변호사는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을 계기로 사법부가 좀 더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넓게 보고, 흉기 난동을 하는 사람을 진압하는 경찰 등 공권력이 무기 사용을 적극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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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흉기 난동 두 차례…정당방위 인정 범위 '확대' 목소리
현 판례라면 흉기난동 방어시 처벌 받을 수도…사법부 적극 판단해야

[편집자주] 뉴스1은 격주마다 '알고보니'를 연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그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사안을 풀어 쓰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알고 나면 손해 보지 않는 꿀팁'이 되도록 열심히 취재하고 쓰겠습니다.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KKM 크라브마가 강남중앙본부에서 이승규 센터장이 호신술을 시연하고 있다.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호신술을 배우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2023.8.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 대전 동구의 한 편의점주 A씨는 지난 5월 말 자신의 편의점 앞에서 술 취해 잠든 70대 남성을 깨웠다. 잠에서 깬 남성은 갑자기 흉기를 꺼내 휘둘렀고, A씨는 예상치 못한 칼부림에 허벅지를 찔린 뒤 발차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러나 A씨는 최근 검찰로부터 '상해 사건 피의자'라는 연락을 받았다. A씨의 발차기가 현행법상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 12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B씨는 남편의 무차별적인 폭행에 흉기로 두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여성은 재판에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신림역 흉기난동', '서현역 흉기난동' 등 한 달 사이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기승을 부리면서 정당방위 인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현행 법원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과 함께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인들은 현재 법원에서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현재 형법상 정당방위 인정 요건은 △현재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등이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법의 제정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판례가 쌓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오전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사고 현장에 숨진 A씨(60대·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현재 판례에 비춰보면 정당방위 인정은 소극적인 방어 정도"라며 "심지어 상대방이 흉기를 들었을 때도 (이에 대응해)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로펌 형사팀에 재직 중인 A변호사도 똑같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판례를 비춰볼 때 상대방이 흉기를 들고 나에게 접근할 경우, 이를 제압한 것까지만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만일 '흉기를 든 상대방을 진압 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거나 혹은 과하게 폭력을 사용해 상대방을 숨지게 할 경우 어떻게 되냐'는 질문엔 "오히려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둘러싼 해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국회에서는 정당방위 인정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 시작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흉기 등 위협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보장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정당방위보장법')을 대표 발의했다.

대구경찰청과 경찰특공대, 소방당국 등이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한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FTX(야외기동훈련)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2023.8.8/뉴스1 ⓒ News1 남승렬 기자

아울러 흉기 난동을 실질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경찰 등 공권력의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 변호사는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을 계기로 사법부가 좀 더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넓게 보고, 흉기 난동을 하는 사람을 진압하는 경찰 등 공권력이 무기 사용을 적극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변호사 역시 "현재 대법의 판례에 정당방위가 너무 협소하게 해석돼있다"며 "현실적으로 법원에서 정당방위가 넓게 인정되는 판례가 나와야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공권력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경 수장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여건 마련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경찰들이 폭력 사범 검거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다 폭력 범죄에 내몰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정당행위와 정당방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4일 흉기 난동 사건에 총기와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적극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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