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 위치 묻는 자는 간첩?"... 중국의 어설픈 간첩 식별법 [특파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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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른바 '반(反)간첩법'(방첩법)을 시행한 중국 정부가 14억 국민을 대상으로 '간첩 식별법' 교육을 시작했다.
11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충칭 등 대도시를 포함해 저장성,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중국 전역에서는 보안 당국 주재로 각 지역 공무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방첩법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1일부로 간첩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개정 방첩법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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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간첩이 대놓고 군사시설 위치 묻나" 조롱
지난달 이른바 '반(反)간첩법'(방첩법)을 시행한 중국 정부가 14억 국민을 대상으로 '간첩 식별법' 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군사시설 위치를 묻는 자를 수상히 여기라"는 등 다소 어설픈 교육 내용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11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충칭 등 대도시를 포함해 저장성,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중국 전역에서는 보안 당국 주재로 각 지역 공무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방첩법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당국은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떤 질문을 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교육하고 있다. 이를테면 군사시설 위치나 특정 지형·지물에 관심을 두는 자, 전화나 문자를 자주 하고 사진을 자주 찍는 자, 암호화된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자 등은 간첩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소나 은행 계좌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람도 간첩 용의 선상에 오를 수 있다.
"사진 자주 찍는 자 의심하라"
상하이 창펑지구 당국은 최근 배포한 간첩 식별 주의문에서 "간첩을 식별하려면 그 사람의 행동과 말, 생각, 동기를 포함해 여러 정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심된다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칭에서 최근 방첩법 교육을 이수했다는 한 공무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대중에게 간첩 식별 방법을 교육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1일부로 간첩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개정 방첩법을 시행했다. 구체적인 간첩 행위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사법당국이 '대상자가 간첩일 수 있다'고 여기면 구금·조사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자의적 판단만으로도 간첩 혐의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당국의 간첩 식별법 교육 내용에 실소를 터뜨리고 있다. 일반적인 중국인 입장에서 군사시설 위치에 대한 질문을 받을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떤 바보 같은 간첩이 평범한 중국인에게 군사기지 위치 같은 정보를 묻겠느냐. 우리도 중국 군사기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내 계좌 번호를 물었다면 그 자는 간첩이라기보다 사기꾼이 아닐까"라고 조롱했다.
"간첩 적발보다 내부 공포감 주입이 방첩법 목적"
앞서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 1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공식 계정과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방첩 업무를 다루는 업무 특성 탓에 지금껏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았지만, 간첩 신고를 독려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든 것이다. 국가안전부는 위챗에 올린 선전 영상에 "요우워(有我·내가 있다)"라는 메시지도 띄웠다. 간첩 행위를 감시하는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는 의미다.
우써즈 대만 양안정책협회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방첩법 개정과 안전부의 행동은 중국 사회 내부를 주로 겨냥하고 있다"며 "국가안전부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도 (외국인이 아닌) 중국인에게 방첩법의 힘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간첩을 반드시 색출하겠다는 게 아니라, 중국 사회 내부에 '공포감'을 주입함으로써 반정부 여론을 예방하려는 목적이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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