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 "잼버리 사이비 국가주의 드러내" 비판
"여당 수뇌부 국가주의에 기댄 엉성한 프로파간다" 민주당도 논란
MBN "종료 이후에도 혈세 지원" KBS "개영 전날까지 42% 전기 안전문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준비 부실 비판이 쏟아지자 우리 사회의 자원이 총동원된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두고 SBS 기자가 사이비 국가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방송사들은 대회가 종료된 이후에도 혈세를 지원한다는 지적(MBN)과 함께 대회 개영 전날까지 42%의 전기가 설치되지 않거나 안전문제를 통과하지 못했다(KBS)고 비판을 내놓았다.
원종진 SBS 기자는 13일 온라인 '스브스 프리미엄'에 <새만금 잼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이비 국가주의'>에서 우리의 권력은 사회의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동원하는가라는 주제로 이같이 비판했다. 원 기자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서 영국, 미국 등 주요국 스카우트가 철수를 선언해 정부 발등의 불이 떨어지자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긴급하게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대통령은 관광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냉방버스를 내려 보내라는 지시사항을 직접 하달한 사실을 소개했다. 원 기자는 국가 차원의 국제 행사이니 긴급한 어려움에 국가가 나설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우리의 국가 권력이 급하게 필요할 때, '어떤 방식'과 '어떤 태도'로 사회의 자원을 동원했는지에 있다”고 썼다.
원 기자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발언을 문제의 사례로 꼽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만금 잼버리에서 이제 '코리아 잼버리'로 나아가고 있다”고 독려한데 이어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위기의 나라를 살렸던 (1997년 IMF 사태 때) 금반지 정신으로 돌아가면 못 해낼 게 없다”고 거든 점을 들었다. 원 기자는 “그 말들은 현재 상황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설명한 뒤, 사회적 자원을 빌려달라는 '설득'의 언어라기보다는, 국가주의에 기댄 엉성한 프로파간다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원 기자는 “스카우트 야영 행사의 파행 위기가 왜 전 국가적 국난인 IMF에 견주어져야 하는지, 또 실직과 생활고의 고통 속에서도 금반지를 내놓았던 공동체 의식이 왜 이번에 발현돼야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논리는 없었다”며 “시민사회와 민간 영역에 급작스럽게 손을 벌리면서도, 스스로의 책임을 진정성 있게 인정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원 기자는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의 무능 탓이라며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국회와 지방의회 지역구 상당수가 자당 소속인 전라북도 차원에서는 정부 지원을 요청했”으며, 전북도의회의 염영선 민주당 도의원이 SNS에 댓글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고 쓴 글을 지목했다.
원 기자는 김기현 대표가 “현 정부여당이 이번 잼버리 준비에 좀 더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짧게 사과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안규백이ㅡ원이 국회 스카우트연맹 회장이라는 점을 들며 책임 돌리기에 열중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원 기자는 군과 공무원 소방인력의 동원을 두고도 “군과 소방 인력은 본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며 “본연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벌어진 일에 마구잡이로 값싼 공공 인력을 투입하는 일은 '채 상병 사건' 이후에도 성찰 없이 반복된 것”이라고 썼다. K-POP 콘서트에 참여 가수를 보강하고 민간기업에도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서도 원 기자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사고는 정부에서 치고 똥은 공공기관 동원해서 치운다', '강제동원해 놓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란다'는 등의 글들이 폭주했다고 전했다.
원 기자는 “'코리아 잼버리', '금반지 정신' 과 같은 표어를 내걸고 위기를 합심해 돌파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만들어 보려는 정치적 기획이 별다른 고민 없이 수십 년 전 방식을 답습하는 데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정권을 넘어, 우리의 '정부'가 사회적 자원을 동원해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인 리더십의 미숙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썼다.
정유미 SBS 앵커도 지난 5일 <8뉴스> 클로징 멘트에서 “새만금 스카우트잼버리 행사 진행을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 행사 나흘째인 어제(4일)였다”며 “이미 국가적 망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뒤였다”고 지적했다. 정 앵커는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고, 문제도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라며 “먼저 움직이는 정부를 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MBN도 지난 12일 메인뉴스 <뉴스7>의 '뉴스추적'에서 대회 종료후 예산 투입 문제를 지적했다. 한덕수 총리는 '정부는 대통령님의 지시에 따라 오늘 이후 진행되는 숙식·교통·문화체험·관광 등에 대해서도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체류 일정을 조정하거나, 항공권 일정을 바꾸는 것과 관련해서도 각 기관장이 최대한 협조하라고 말했다.
이기종 기자는 스튜디오에 나와 '이게 다 예산이 드는 일이잖느냐'는 질의에 “이미 총 사업비로 1171억 원이 들었”는데, “여기에 예비비와 특별교부세까지 합치면 1400억 원이 넘을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비용 부담을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중앙정부에 맡길 것이 아니라 부실한 준비와 운영책임이 있는 전북도에서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전북도는 반발하고 있다”며 미주당이 국내에 남은 대원들의 숙소를 지원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문제삼았다고 전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사용했던 특활비처럼 국가 예산도 그렇게 써도 되는 줄 아나 본다”고 비판했다.
KBS는 12일자 <뉴스9> '단독 개영 전날까지도 전기는 절반 정도만'에서 “전기설비 42%가 전기안전점검을 통과 못했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다”며 대회 한달 전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안전점검 업무협약을 맺은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야영장 전기설비 점검 현황을 제시했다. KBS는 “개영식 하루 전날에서야 전체 전기설비 점검이 이뤄졌는데, 전기 설비 343곳 중 58곳이 안전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87곳은 아예 미시공 상태였다”며 “안전 부적합 판정 사유는 누전, 배선 노출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KBS는 잼버리 대회 참가 대원이 “샤워실에 물이랑 있잖아요. 전선이 좀 노출돼서 위험해보였긴 했는데 그래서 제가 조금 자세히 봤더니 피복이 벗겨져 있었다”고 말한 영상을 내보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조직위에 통보했고, 개영식 이후인 8월 2일과 3일 조직위에서 개보수를 완료한 것으로 재점검됐다”고 밝혔다고 KBS는 전했다. 그러나 KBS는 개보수 작업 이후에도 전기가 끊겼다 됐다 한 일이 있었다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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