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간 대만 부총통 “美 친구들 만나게 돼 흥분”… 中은 군사훈련하며 압박

수교국 파라과이 가는 길에 들러
일정 비공개… 中 “군사훈련 실시”

라이칭더(가운데) 대만 부총통이 8월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롯데호텔에 도착해 환영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집권 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중국은 라이칭더의 방미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고 반발하며 동중국해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지난 4월(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방미)과 같이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라이칭더는 이날 대만 수교국인 남미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6박 7일 일정으로 파라과이 방문길에 올랐다. 출국길엔 뉴욕, 귀국길엔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면서 일정을 소화한다. 대만 부총통의 미국 방문은 11번째다. 라이칭더는 X(옛 트위터)에 “자유·민주주의·기회의 상징인 ‘빅 애플(뉴욕의 별칭)’에 도착해 행복하다”면서 “친구들과 만나길 고대한다”고 했다.

대만의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오른쪽에서 둘째) 부총통이 12일(현지 시각) 미국 맨해튼의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앞에서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라이칭더는 미국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로라 로젠버거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은 “라이칭더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라이칭더의 방미 일정에 맞춰 동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저장해사국은 “12일 정오부터 14일 오후 4시까지 동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한다”고 공지했다. 중국은 지난 4월 차이잉원 총통이 중미를 방문하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매카시 하원 의장 등을 만났을 때는 사흘간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라이칭더는 완고하게 ‘대만 독립’ 입장을 견지하는 철두철미한 ‘골칫거리 제조자’”라며 “대만해협 긴장의 근본적 원인은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미·중 긴장 고조를 피하고, 양국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기 위해 라이칭더의 방미가 주목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