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교사 구한 사람은 ‘따돌림 피해학생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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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범죄자가 되고 인생이 무너질까 너무 두려웠다. 지역사회·학교에서 간부를 맡고 있는 학부모가 '소문내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게 처음엔 너무나 커 보여,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교사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발생한 일을 알렸는데, 이때부터 해당 학부모와 학생은 선생님에게 반감을 품고 두 달간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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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정 친구 비하한 아이 훈육하다 범죄자로 몰린 교사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고 인생이 무너질까 너무 두려웠다. 지역사회·학교에서 간부를 맡고 있는 학부모가 ‘소문내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게 처음엔 너무나 커 보여,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부산의 한 신도시 중학교에 근무하는 ㄱ교사의 삶은, 2022년 10월 따돌림 가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서 ‘지옥’이 됐다.
2023년 8월9일 재판 절차가 끝나기까지 1년 가까이 고통받은 그는 “학생인권조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라도 정당한 훈육을 한 교사가 범죄자가 될 수 있는 현행법과 조사 과정이 문제”라며 “어디까지 학생을 훈육할 수 있는지 구체적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ㄱ교사의 사연은 이렇다. 임용 2년차 때였다. 담임을 맡은 반의 한 학생이 한부모가정 친구를 향해 비하 발언을 하고 특정 친구를 따돌렸다.
교사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발생한 일을 알렸는데, 이때부터 해당 학부모와 학생은 선생님에게 반감을 품고 두 달간 녹음했다.
결정적으로 교사에게 불리해진 사건이 있었다. 하루는 학생이 ‘담배 피우는 친구들을 신고하고 싶다’며 찾아왔는데, 장소나 시간이 두루뭉술했다. 혹시나 해 ‘이 친구들이랑 싸웠냐’고 물었는데, 학생은 ‘싸워서 앙심 품고 이러는 거면 내가 사이코패스’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대화 끝에 결국 학생은 ‘싸워서 그런 게 맞다’는 사실을 시인했고, 놀란 교사는 순간 실수로 ‘그럼 사이코패스네’라고 반응했다. 학부모는 앞의 맥락을 숨기고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사이코패스라고 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ㄱ교사는 “지자체인 구청 조사와 경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아동학대 범위가 너무나 넓고 추상적이란 걸 알게 됐다. 교사에겐 학교폭력을 일으킨 학생을 훈육할 자격이 없단 것도 깨달았다. ‘앞으론 흐린 눈으로 살자, 앵무새처럼 수업만 하자’ 같은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학부모의 괴롭힘, 학생의 조롱으로 ㄱ교사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구조대원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이후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를 묻자 “따돌림 피해를 본 학생의 어머니가 감사하게도 ‘선생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라고 증언해주고 탄원서를 많이 받아주는 등 너무나 많은 도움을 줘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8월8일 중등교사 간담회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관계에서 어디까지가 교권침해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잘못 말하면 바로 아동학대가 된다”며 “(선생님들이) 매뉴얼에서 교사와 학생에게 생활지도상 어디까지 지도할 수 있는지 사례 기반을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8월에 교육부에서 (고시가) 나오면 사례를 명확히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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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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