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 뻗친 영국 난민 정책···‘인권침해’ 잇딴 구설수
지난 한 주 잇단 난민 관련 강경책
또 난민 6명 사망 사고 나자 난처
소형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난민들을 차단하려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정책들이 잇따라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며 ‘실패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칼레 인근 해역에서 난민들이 탄 보트가 뒤집혀 남성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프랑스와 영국 구조당국은 공동으로 구조 작업을 벌여 50여명을 구조했다. 프랑스 검찰은 사망자들이 모두 30대 아프간 남성들로 추정되며 다른 승객들 중에는 수단인과 미성년자가 섞여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 일요판 옵저버는 “이번 비극은 수낵 총리의 ‘소형 보트 주간’에 끔찍한 결말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불법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한 주 동안 난민 관련 강경책을 연달아 내놨다.
지난 7일 영국 정부는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거나 이들에게 방을 내주는 집주인들에 대한 벌금을 기존의 1만5000파운드(약 2530만원)에서 4만5000파운드(약 7600만원)로 3배 이상 올린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난민들의 불법 체류를 돕는 변호사들을 엄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형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는 이주민들을 차단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 노동당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수낵 총리의 핵심 공약 사항 중 하나다.
옵저버는 그러나 이날 또다시 난민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낵 총리의 강경책은 결국 난민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파산한 전략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난민의회의 엔버 솔로몬 대표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영불해협을 건너는 것은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난민 신청자들을 해상 바지선에 수용하기로 한 정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일 난민 신청자들을 남서부 도싯 지역 포틀랜드항에 띄워놓은 바지선 ‘비비 스톡홀름’으로 옮기는 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4월 난민 신청자 호텔 숙박비로 하루 600만파운드(98억원)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며 바지선을 숙소로 활용해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난민 신청자들을 사실상 수상에 감금하는 반인권적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화재시 대피하기 어렵고 전염병 전파 위험이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으나 영국 정부는 바지선 수용을 강행했다.
그러나 바지선에서 폐렴을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되면서 영국 정부는 불과 나흘 만인 지난 11일 난민 신청자 39명을 숙소로 되돌려 보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가 새 강경책을 과시하려다 망신을 당했다”고 평가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조차 ‘무능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12일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드러난 것은 (난민 정책 주관부서인) 내무부의 놀라운 무능함”이라면서 “어떻게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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