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교육부 사무관 "선생님께 상처드린 점 사과"
"소통과정서 직장·직급 밝힌 적 없어…기억 못하는 실수 있었다면 사과"
교육부 6급 주무관→올해 1월 5급 사무관 승진과 함께 대전교육청 소속 공립학교 행정실장 발령
대전교육청, 지난 11일 행정실장 직위해제
지난해 교육부 6급 주무관 시절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직위해제시키고, 새로 부임한 담임교사에게 이른바 '왕의 DNA' 메일을 보내 갑질 논란을 빚은 대전교육청 소속 사무관 A씨가 1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냈다.
다만 A씨는 "담임선생님에게 드린 왕의 DNA 등이 포함된 자료(글)는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초등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3학년 자녀의 담임교사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B씨는 한 달 뒤 직위해제됐다. 그러나 이후 B씨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경찰 무혐의 및 소청심사 결과에 따라 지난 2월에 복직했고, 이어 지난 5월 대전지방검찰청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지난해 10월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이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 장애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해당 초등학교는 지난 6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A씨의 행위를 명백한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조치를 내렸지만, A씨는 아직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아동학대로 B씨를 신고했던 것에 대해서는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자신의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점과 좋은 점을 쓴 글이 학부모용 앱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래서 저의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혹여나 진행 과정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당시 교육부 6급 주무관이었던 A씨는 지난 1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대전교육청 소속 공립학교 행정실장으로 발령받았다.
특히 A씨가 새로 부임한 담임교사 C씨에게 보낸 메일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하지 마, 안 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등의 요구가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A씨는 해당 글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담임선생님에게 드린 자료(왕 DNA 등)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이며,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우리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전달해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전후 사정의 충분한 설명 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했으니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 선생님께는 상처가 되셨을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 민간연구소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며 정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왕자 또는 공주 호칭 사용해 우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기', '사과는 뇌 기능을 저해하는 요소', '고개를 푹 숙이는 인사는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등 교육부 사무관의 메일에 나오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A씨는 "저는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선생님들을 그 누구보다 존경하며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선생님을 존경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조속히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11일 A씨를 직위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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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종환 기자 cbs200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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