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R&D 모두 재검토"… 정부, 내년예산 3% 증액 가닥

최상현 2023. 8. 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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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3%대 증가율로 지출을 조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2022년 예산안 편성에서는 7~9%대 증가율이 이어지면서, 2018년 428조 8000억원이었던 예산이 2022년 607조 7000억원으로 4년새 41.7% 늘었다.

내년도 예산이 3%대 증가율에 그칠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7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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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조 안팎… 8년만에 최소폭
정부, 부족한 세수에 지출 줄여
지역화폐·뉴딜사업도 축소 전망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과 수출 확대를 위해 논의될 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3%대 증가한 660조 안팎으로 편성키로 가닥을 잡았다.

수십 조원대 '세수 펑크'가 배경이다. 올해 예산 증가율(5.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긴축 기조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조금 사업과 R&D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이 같은 내용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했다. 보고 자리에는 국민의힘 측 예결위와 당 정책위 인사들도 배석했으며, 기재부는 3%대 총지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예산 막바지 편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예산은 638조 7000억원으로 여기서 3%대가 늘어나면, 658조~663조원이다. 만약 3%대 초반으로 긴축 고삐를 죌 경우, 내년 예산은 660조원에도 못 미친다. 앞서 정부는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예산으로 약 670조원을 전망했으나 이보다 훨씬 낮아지는 것이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2015년 5.5% △2016년 2.9% △2017년 3.6%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 △2022년 8.9% △2023년 5.1% 등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2022년 예산안 편성에서는 7~9%대 증가율이 이어지면서, 2018년 428조 8000억원이었던 예산이 2022년 607조 7000억원으로 4년새 41.7% 늘었다. 내년도 예산이 3%대 증가율에 그칠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7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3%대 증가율은 근원물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누계 상승률은 4.5%로 집계됐다. 지난해 근원물가 상승률도 3.7%였다. 재정집행의 실질성을 놓고 보면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 보조금 사업, R&D 사업 등에서 전면적인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모든 국고 보조금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민간 단체·노조의 자체 사업과 성과가 미흡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지역 화폐와 뉴딜·태양광 관련 사업 등에 대한 지출도 줄일 방침이다.

R&D 예산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 예산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협력 관련 R&D 예산은 늘리라는 지시에 따른 조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지난달 내년 예산 20% 삭감안을 제출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 산하에 있는 출연연도 일부 사업이 삭감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지난 수년간 정부 R&D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과정에서 비효율과 낭비가 관행화된 면이 있다"며 "그 부분을 효율화하고 R&D다운 R&D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민의힘 측에 "세수가 덜 들어와 줄여야 한다"며 "경제활력 때문에 너무 줄일 수는 없고, 3%선은 넘겨야 하는데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고민"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긴축 필요성이 시급하지만, 경제 상황 개선을 위한 재정 집행 수요를 고려해 예산 증가율을 2%대까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딱 세수 상황만 고려하면 지출 증가율을 오히려 마이너스로 가져가야 하지만 마이너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다"며 "일정 부분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처럼 지출이 빠듯한 상황에서 지출 구조조정 작업도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대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이는 10~12조원 안팎이었던 평년의 두배 수준에 달했던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예산 증가율이 더 축소되는 만큼 구조조정 강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24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현재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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