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인’일까 아닐까 [법조 인앤아웃]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인’일까 아닐까.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더이상 공적 인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의원이 해당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은 2017년 9월이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2008년 2월)한지 약 9년, 사망(2009년 5월)한지 약 8년여가 지난 시점이다.
“피해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 특히 대통령으로 재임한 기간 동안에는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적 인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한 뒤 한참이 지난 지금 (2023년 8월 현재)까지도 역사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징적인 인물이며,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임한 기간 동안 정치인으로서 추구한 이념이나 시행한 정책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와 현실 정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결문 내용 중에서)
“이 사건 글은 ‘노 전 대통령은 박원순 전 시장의 주장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에 비극적인 결심을 하게 된 게 아니다.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이 뇌물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피해자들이 부부싸움을 했고, →권 여사는 그 부부싸움 끝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날 가출을 했으며 → 그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부부싸움’, ‘가출’, ‘혼자 남아 있다가 목숨을 끊은’ 같은 표현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으로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이나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판결문 내용 중에서)
다만 법조계에선 이 같은 1심 판단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제가 된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핍박에 의한 것’이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글의 맥락상 공적 관심사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여전히 공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재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방송내용 중 역사적 평가 대상이 되는 ‘공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사실이 적시됐어도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두고는 7대 6으로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칠고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나, 방송 전체의 내용과 취지를 살펴볼 때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면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봤다.
반면 당시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방송은 모욕적 표현으로 사자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과반수를 넘지 못해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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