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는 더위 탓?…美 "10도 오르면 총격은 42% 증가"
'美총기난사' 국내선 칼부림 양상 가능성
무더위→교감신경 활성화→공격성 증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최근 잇따른 흉기난동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무더운 날씨가 강력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눈길을 끈다. 고온다습한 기후는 신체적 질환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격성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3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미국 콜롬비아대 공공보건대학원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공동 연구팀이 미국 시카코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일어난 총기 사건과 날씨와의 상관 관계를 연구 조사한 결과 일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하루에 총을 쏘는 횟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1만4633건의 총격이 있었고, 3시간당 평균 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기온은 15.3도로, 평소보다 3도 가량 더 높았다. 특히 기온이 평균보다 10도 높아지면 전체 총격 비율이 33.8% 더 높아졌다. 평일에 기온이 평균보다 10도 상승하면 34% 더 많은 총격이 발생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42% 더 많았다.
평균 총격 횟수는 2월이 가장 적었고, 8월이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총격 횟수는 8.0번이었고, 특히 주말(10번 이상)과 공휴일(최대 9번)에 더 많았다.
연구팀은 "최근 몇 년 간 시카고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따뜻한 날,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 더 많이 발생했다"면서 "범죄가 높은 온도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시카고에서 총격률이 더 높았는데, 총격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아는 것은 장소를 아는 것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020년 7월 국제학술지 '인저리 에피디미알러지(Injury Epidemiology)'에 실렸다.
미국의 대량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계절적 영향을 연구한 또 다른 조사 결과도 있다.
프랑스 보건 연구소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정신·심리학·신경과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미국에서 2013~2015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계절이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016년 5월 '아메리칸 저널 오브 퍼블릭 헬스(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2013~2015년 발생한 모든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공개 자료를 입수했고, 총기 난사를 4명 이상이 총에 맞은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여름철 총격 사건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뚜렷하게 증가했고, 이런 양상은 3년 간 해마다 반복됐다. 총격 사건은 5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8월까지 증가하다가 9~10월부터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부상자와 사망자 수에서 유의미한 계절적 영향을 발견했다"면서 "계절은 적대감, 분노, 짜증, 불안감 등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극한 더위가 강력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높은 기온과 습도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사람은 항온동물이여서 온도의 변화에 매우 민감할 뿐 아니라 1~2도의 작은 변화에도 매우 취약해진다"면서 "더워지면 교감신경이 항진돼 땀이 많이 나고 심박수가 빨라지고, 긴장이나 불안감도 상승하게 돼 타인에 대한 경계나 공격성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기후는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신체적 질환 뿐 아니라 공격성, 자살율, 폭력범죄, 우울증 등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국내외에서 나오기도 했다.
임연희 서울대 환경의학연구소 연구부교수는 2019년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고온에서 세로토닌 변화로 인해 정신질환 발생 및 자살까지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밖에도 다양한 질환들이 고온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어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로토닌은 공격성, 공포, 불안감 등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고온에 취약하다.
미국 총기 난사가 총기 소지가 불법인 국내에서 칼부림 양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교수는 "총기 노출이 많은 미국에서는 총기로 인한 자살이 1위"라면서 "국내에서 만약 흉기 소지에 대해 특별한 (법적) 제재가 없다면 분명 범죄나 자해나 타해 같은 위험 행동을 일으키는 매우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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