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횡령에도 CEO 제재 난망…지배구조법 속도내나[금융권 탈선③]

김형섭 기자 2023. 8. 13. 14: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은행권에서 거액 횡령과 사적이익 추구 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현행법으로는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은행 최고경영자(CEO) 제재가 어렵기 때문에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는 불명확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반복적 자금유용에 경영진도 책임 물어야"
현행법으로는 CEO 제재 한계…내부통제 책임 강화 주목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주현(왼쪽 다섯번째)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정완규 여신전문협회장, 황정욱 저축은행중앙회 전무. 2023.06.2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은행권에서 거액 횡령과 사적이익 추구 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현행법으로는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은행 최고경영자(CEO) 제재가 어렵기 때문에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62억원의 직원 횡령·유용 사건이 벌어진 경남은행에 대해 CEO 등 경영진 제재 필요성을 밝혔다.

이 원장은 "여·수신 업무는 은행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업무"라며 "이 과정에서 거액의 장기간 내지는 반복적인 자금유용이 발생했으므로 당연히 횡령자 본인에 대한 책임은 물론이고 그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경영진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무를 대행하는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로 127억원의 사익을 챙긴 KB국민은행 사건에 대해서는 은행의 본질적인 업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영진 책임을 묻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경남은행 사건은 은행 고유 기능인 여수
신에서 내부통제가 실패했다는 점에서 경영진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 원장의 시각이다.

실제 경남은행 횡령 사건은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한다는 수탁기관으로서의 은행 신뢰를 추락시켰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피해금액 환수도 쉽지 않다. 장기간 계획적으로 돈을 빼돌린 탓에 자금 추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권 횡령액은 1509억8010만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7.6%(114억9820만원) 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CEO 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개선을 통해 철저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는 불명확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 근거가 없다.

금감원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때 내린 중징계와 관련한 은행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지배구조법에서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이 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 6월22일 내부통제의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하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선안은 금융사가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확정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작성해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특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위 임원이 사전에 내부통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해 사고발생시 하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CEO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를 부여했다. 만일 회사 내에서 조직적이거나 장기간·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의 '시스템적 실패(systemic failure)'가 일어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CEO가 진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현행 지배구조법에 기반한 내부통제 체계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좀 더 속도감 있는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