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개발 실패시 투자금 전액 반환’ 약정, 기존 주주들 동의했더라도 무효”
일부 투자자의 ‘개발 실패 시 투자금 전액 반환’ 계약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 전체 주주의 동의를 받고 체결된 계약이더라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투자자들이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와 맺은 계약 조건은 주주평등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투자자 3명이 등이 살균제 제조업체 A사와 A사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낸 투자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사실상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투자자들은 A사가 연구 개발 중인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에 대해 2019년 10월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제품등록을, 같은 해 12월까지 조달청에 조달등록을 하되 기한 내 등록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 전액을 즉시 반환한다는 내용이 담긴 투자 계약을 맺었다. 투자자들은 이 계약 체결에 앞서 A사의 다른 주주들에게 해당 계약에 대한 동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A사는 해당 제품을 실제로 기한 내에 등록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라며 2020년 1월 이번 소송을 냈다. 2021년 12월 1심은 기존 주주 전원이 투자계약 체결에 동의했으므로 (투자금 반환) 조항은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주주평등의 원칙은 주주가 주주로서 갖는 법률관계에 관해 원칙적으로 보유한 주식만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상법상 원칙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문제가 된 조항은 원고들의 투자금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해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원고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특정 주주에게 상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초과하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법질서가 허용하지 않는 강행법규 위반에 해당한다”며 “기존 주주들 전원이 동의했더라도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조항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와 맺은 계약 조건은 주주평등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 문제라고 보고, 투자금 반환 의무와 연계성 등을 따져 다시 재판하라며 파기환송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주주와 다른 주주 내지 이사 등 개인 사이의 계약에는 주주 평등의 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주주와 다른 주주·이사 등 개인 사이 계약에는 주주평등의 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아 주주와 회사가 체결한 계약 효력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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