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 연속 상승한 유가…러시아 전쟁 이후 '최장 랠리'
국제 유가가 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7주 연속 랠리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공급 부족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원유 수요 강세가 유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7센트(0.45%) 오른 배럴당 83.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이번 한 주간 0.45% 올라 7주 연속 상승장을 연출했다. 7주간 상승률은 20.29%에 달한다. 유가가 7주 연속 오른 것은 지난해 6월 10일로 끝난 주간 이후 가장 오랫동안 오른 것이다.
브렌트유 선물도 한 주간 0.7% 올라 7주 연속 올랐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 가격은 41센트(0.5%) 오른 배럴당 86.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의 7주 연속 상승세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기 전인 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자발적인 원유 감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유 수요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가가 지지를 받고 있다. 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 6월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역대 최대인 하루 1억30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IEA는 이달에도 원유 수요가 추가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공급 감소로 올해 남은 기간 원유 재고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점은 유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IEA는 전망했다. IEA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감축 강화는 거시 경제 심리가 개선되고,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나왔다"라고 지적했다.
IEA는 "OPEC+ 산유국의 감산 규모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유 재고는 올해 3분기에 하루 220만 배럴가량 줄고, 4분기에 하루 120만 배럴 감소해 유가를 더욱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IEA는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00만 배럴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이전 전망치보다 10만 배럴 낮췄다. 내년 원유 공급량에 대해선 이전 예상치보다 30만배럴 상향한 하루 150만 배럴 증가로 관측했다.
다만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화가 오른 것은 유가 상승을 제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의 보합 수준에서 0.3%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을 웃돈다. 이로 인해 추가 긴축 우려에 힘이 실리자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이날 0.20%가량 오른 102.864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85달러 가까이 올랐으나 이후 달러 강세 등에 오름폭을 축소했다. 원유는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비싸지면 원유 수요를 꺾는다. 원유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에너지 서비스 기업인 베이커 휴즈는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석유 굴착 장치 수가 8주 연속 하락한 후 이번 주에 525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향후 원유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 유가를 끌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휘발유 가격 상승을 우려한 미국 행정부의 추가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미국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30센트 상승해 갤런당 3.84 달러를 기록했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분석가는 "미국 정부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흑해 항구의 유조선 운항을 늘리도록 우크라이나를 설득할 수 있다"며 "또한 최근 자금 동결 해제 등 이란과의 해빙 분위기가 이란산 석유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완다의 크레이그 얼람 분석가는 "공급 감축과 경제 전망 개선으로 석유 투자자들 사이에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지속적인 랠리 이후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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