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50년 만기 주담대 한 달 만에 1조원 넘어···당국 “연령 제한” 검토에 “역차별” 반론도
연 상환액 적을수록 대출한도 많아
금융위, 차주 연령 제한방안 등 논의
주요 은행이 최근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여 만에 1조원 넘게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부터 전월 대비 증가세로 반전됐고, 7월에는 5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연령 제한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장년층을 역차별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1조2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출시한 후 하나·국민은행(각 7월7일), 신한은행(7월26일)이 차례로 내놨다. 우리은행도 오는 14일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급증한 가계대출의 원인 중 하나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꼽고 있다. 주택 매매 수요자로서는 대출 만기가 길수록 갚아야 할 전체 이자가 늘어난다. 예컨대 4억원을 금리 연 4%에 원리금균등상환방식(고정형)으로 대출받을 때 만기가 30년이면 총상환액은 6억8748만원이지만 50년이면 9억2570만원으로 2억원 넘게 증가한다.
반면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은 만기 50년(154만원)이 30년(191만원)보다 작아서 총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르면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은 연소득의 40%(비은행권 50%)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연간 상환액이 적을수록 더 많은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 10일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차주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은 차주에게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일부 지적에 따른 것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 은행 중 현재는 신한은행만 만기 40년 이상 상품 대상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50년 만기 상품(보금자리론, 적격대출)을 출시한 한국주택금융공사도 대상을 만 34세 이하와 신혼가구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이용 대상을 나누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다.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상환 기간은 평균 7.5년이기 때문이다. 만기가 오기 전에 대출을 갚는 게 일반적인데도 젊은 세대만 특정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젊은 층이라고 하더라도 만기까지 소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만 19세 차주가 성년이 되자마자 소득이 발생해 50년 대출 상품을 이용하더라도 만기는 법정 정년(60세) 10년 후이다.
이와 함께 50년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동안 1조원 공급된 게 큰 규모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전월보다 커진 것은 맞지만 추세적으로 이어질지 등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면서 “50년 주택담보대출이 DSR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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