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천황 아래 고종, 순종… 나라 잃은 恨 새기다 [밀착취재]

남제현 2023. 8. 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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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일본제국주의 침탈 과정과 식민지배의 실상 그리고 이에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의 역사와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 역사박물관이다.

마지막 '과거를 이겨내는 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전시는 식민지배의 후유증과 일제잔재를 극복하기 위한 역사문화운동을 조명하고 과거사 극복을 향한 한일 시민사회의 공감과 연대에 대한 기록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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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항일의 기록 한눈에…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일본제국주의 침탈 과정과 식민지배의 실상 그리고 이에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의 역사와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 역사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여러 시민단체와 독립운동계, 학계가 중심이 되어 2011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해외동포를 포함한 수많은 시민들의 성금과 기증 자료에 힘입어 2018년 8월29일 개관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터 표석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반민특위가 와해된 지 50년 되는 해인 1999년 시민들의 성금으로 옛 반민특위 터인 중구 남대문로에 세워졌다가 건물 신축공사 등으로 방치됐던 표석을 지금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일제가 조선 강제병합을 기념해 발행한 엽서들. 엽서에는 ‘일한합방기념’이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고 메이지 천왕 사진 아래 고종과 순종의 사진이 인쇄돼 있다.
박물관 입구에 놓여 있는 반민특위 터 표지석.
식민지역사박물관 서고에서 연구원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역사탐방을 나온 보성여중 학생들을 만났다. 안내와 해설을 맡은 민족문제연구소 강동민 자료실장이 박물관에 대해 잠시 소개를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상설전시관은 네 개의 주제로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인 ‘일제는 왜 한반도를 침략했을까’라는 전시장에서는 한반도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쳐 일본제국주의의 먹잇감이 되어가는 과정과 유례없이 가혹했던 식민지배의 실상을 각종 그림과 사진자료를 통해 자세히 보여준다. 특히 ‘1평으로 체험하는 식민지 : 학교·감옥’은 일제가 독립투사들을 취조했던 기록과 함께 벽관이라는 고문 기구를 체험할 수 있어 학생들의 관심을 받았다. 강 실장은 “이렇게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2, 3일 지나면 몸이 마비가 돼서 거의 걸을 수가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제 검사가 독립운동가를 취조하는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에 관해 설명을 듣는 서울 보성여중 학생들. 보성여중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해 폐교를 당하기도 했다.
일제 삼림수탈의 척도 ‘압록강 재감(材鑑)’. 압록강 유역에서 자생하는 14종의 나무 샘플로 부채모양으로 제작해 판촉용 또는 기념품으로 배포했다.
일본의 한 신문사가 조선 강제병합을 기념해 1911년 신년 특별부록으로 배포한 주사위 놀이판. 주사위 놀이를 통해 일제의 강제 병합을 자연스럽게 주입시켰다.
전시는 ‘일제의 침략전쟁,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두 번째 주제로 이어졌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의 황국신민화 정책, 총동원의 구호 아래 자행된 가혹한 수탈과 강제동원의 참상을 다룬 전시로 각종 공출과 징용, 징병 일본군 위안부에 이르기까지 일제가 저지른 각종 전쟁범죄의 진상을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알리고 있다. 강제 징병에 전쟁터로 끌려가는 젊은이들에게 꼭 살아 돌아오라는 염원으로 만든 천인침(천 명이 한 뜸씩 바느질을 한 허리띠)등 가슴 아픈 전시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세 번째 주제 ‘한 시대의 다른 삶-친일과 항일’은 일제에 대한 저항과 협력의 갈림길, 일신의 부귀를 좇아 매국의 죄를 지은 친일파들과 조국을 위해 전 재산과 목숨까지 바친 독립투사들의 삶을 비교하고 있다. 전시관 양쪽에 마주보게 배치한 친일파와 독립투사의 자료들이 묘한 대조를 보였다. 전시 끝부분에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일제강점기 당시 친일 행각에 관한 인명사전)의 편찬과정과 실제 원고를 직접 열람할 수 있었다.
대표적 친일파 윤치호 일가의 행적.
1904년 한일의정서부터 1910년 강제병합까지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총독부 관리들이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의례나 행사 때 착용했던 칼도 함께 전시돼 있다.
친일인명사전을 살펴보는 관람객.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를 배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이상룡 일가.출한 이상룡 일가.
3·1 독립선언서 초판 인쇄본 원본. 첫 줄 ‘조선(朝鮮)’이 ‘선조(鮮朝)’로 잘못 표기돼 있고 마지막 부분 날짜가 ‘3월 일’(三月 日)로 빈칸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이 일제가 사용한 고문 도구 중 하나인 ‘벽관’을 체험하고 있다.
마지막 ‘과거를 이겨내는 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전시는 식민지배의 후유증과 일제잔재를 극복하기 위한 역사문화운동을 조명하고 과거사 극복을 향한 한일 시민사회의 공감과 연대에 대한 기록들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물로 꾸며진 <내가 역사의 증인이다>는 야스쿠니에 합사된 강제동원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전범기업들과의 법정 다툼을 다루고 있어 지금까지 끝나지 않은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배운 내용보다 더 자세하게 일제강점기에 대해 알게 됐다”, “친일과 애국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등 저마다 소감을 메모지에 남겼다. 방문객들의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는 벽면에 메모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강제동원으로 전쟁터에 끌려가는 젊은이들에게 꼭 살아 돌아오라는 염원으로 만든 천인침(천 명이 한 뜸씩 바느질을 한 허리띠)이 전시돼 있다.
1945년 해방부터 현재까지 한일 활동가들의 과거청산운동 연표.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간토대학살 100년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방문 소감을 적은 메모지들이 게시판에 빼곡히 붙어 있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은 식민지배의 과거와 현재를 느껴본다.

글·사진=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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