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논란 교육부 사무관 “치료기관 자료 전달한 것…선생님께 죄송”
최근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달라’는 등의 요구가 담긴 글을 전달했다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사무관이 ”그 글은 치료기관의 자료”라”며 교사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A씨가 교사에게 보냈다는 글에는 자신의 자녀가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며 인사 등을 강제로 시키지 말고,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편을 들어주라, 지시·명령투보다는 권유·부탁의 어조를 사용해달라는 등의 요구가 담겨 논란이 됐다.
A씨는 사과문을 통해 해당 글은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담임선생님에게 드린 자료(왕 DNA 등)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며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우리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전달해드렸다”고 밝혔다.
또 “전후 사정의 충분한 설명 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했으니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 선생님께는 상처가 되셨을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 민간연구소는 ‘ADHD를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며 정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아이가) 갑의 입지를 느껴야 유익한 신경전달물질이 생산되므로 내려다보지 않기’, ‘왕자 또는 공주 호칭 사용해 우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기’, ‘사과는 뇌 기능을 저해하는 요소’, ‘고개를 푹 숙이는 인사는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등 교육부 사무관의 편지에 나오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있다. A씨가 교사에게 보낸 글에 등장하는 ‘왕의 DNA’, ‘극우뇌’ 등의 표현도 해당 연구소에서 자주 쓰는 용어들이다.
A씨는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했던 것에 대해서는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점과 좋은 점을 쓴 글이 학부모용 애플리케이션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래서 저의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혹여 진행 과정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을 당시에는 6급이었고, 현재는 승진해 사무관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또 “저는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선생님들을 그 누구보다 존경하며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선생님을 존경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조속히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이번 불찰로 인해 이제까지 우리 아이를 위해 지도하고 보호해 주신 선생님들의 감사한 마음조차 훼손될까 봐 마음이 아프다. 다시 한 번 당시 선생님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재 A씨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대전의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해왔으나 최근 논란이 불거진 뒤 직위해제됐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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