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조선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남궁민 ‘레트’·안은진 ‘스칼렛’?[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8. 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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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MBC 금토드라마 ‘연인’을 보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tomorrow is another day)!”는 번역으로 유명한 고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연상된다. ‘연인’이란 드라마 자체가 오마주 작품이란 인상이 짙다.

능군리의 낙향 사대부 여식 유길채(안은진 분)는 조지아주 존스보로 타라 농장의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 분)처럼 빼어난 미모와 활달한 성격으로 뭇 청년들의 애를 태운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한 것은 남연준(이학주 분)뿐이다. 스칼렛이 애슐리 윌크스(레슬리 하워드 분)만 마음에 담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 남연준은 친구 경은애(이다인 분)의 정혼자다. 애슐리 역시 스칼렛의 친구 멜라니(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분)와 혼인을 앞두고 있다.

그 무렵 능군리를 찾아든 뜨내기 이장현(남궁민 분)은 존스보로에 나타난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분)처럼 세속적인 현실주의자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한 눈에 길채와 스칼렛에 반해 구애한다. 이 와중에 길채는 연준에게 연정을 고백하고 그 장면을 이장현에게 들킨다. 스칼렛 역시 애슐리에게 고백했다 차이고 그 장면을 훔쳐 본 레트의 놀림감이 된다.

이 두 쌍의 사랑은 각각 병자호란과 남북전쟁이란 회오리를 만나 파란을 겪는다.

병자호란의 개시와 함께 능군리에선 남연준과 경은애의 혼례가 추진된다. 길채는 남연준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자신을 연모하는 공순약(박종욱 분)을 부추겨 자신에게 청혼케 한다. 스칼렛 역시 애슐리와 멜라니가 결혼하자 홧김에 멜라니의 남동생 찰스(랜드 브룩스 분)와 결혼한다. 능군리의 혼사는 이장현의 개입으로 무산되지만 존스보로의 결혼은 그대로 진행된 게 다르다. 다만 의병으로 나선 공순약과 남군으로 입대한 찰스는 전쟁 초기에 사망한다. 멜라니는 결혼한 신분이라 애슐리의 아이를 낳고 경은애는 혼인 전이라 대신 방두네(권소현 분)가 출산한다. 아기를 동반한 피란 역정 역시 싱크로율이 높다.

캐릭터 성격도 닮아있다. 여주인공 길채는 스칼렛 오하라처럼 매우 이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 사교적이고 자신만만해 보이나 애정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다.

한편으로 남성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데 역경을 거치며 강인한 성정으로 거듭난다.

기절한 은애를 대신해 방두네의 아기를 받아내는가 하면 약탈에 나선 북군 병사를 죽인 스칼렛처럼, 길채 역시 은애를 겁탈하려던 청군을 죽이는 강단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며 타인을 조정하려고 하는 성향으로 인해 짜증을 유발, 중요한 사람을 떠나가게 만들 수도 있는 비극적 캐릭터이기도 하다.

스칼렛도 레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이 너무 늦어 그를 떠나보냈다. 혜민서 지하에 감호 중인 유길채로 추정되는 여인도 회한에 가득차 과거를 회상했다.

이에 반해 이장현의 과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레트 버틀러는 어릴 때 잘 따랐던 흑인 노예의 죽음으로 인해 냉소적인 성격으로 성장했다. 그 흑인 노예는 농장 주인의 망나니 아들 채찍질에 명을 다했는데 이장현이 송추할배(정한용 분)-이랑할멈(남기애 분)에게 바치는 정성을 보면 비슷한 성장사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쨌거나 어디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레트 버틀러가 평생 구속됐던 굴레는 스칼렛 오하라 뿐이었듯 이장현 역시 유길채에게 구속되고 만다.

캐릭터부터 시작해 4회에 이르는 스토리 전개까지 ‘연인’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많이 닮아 있다. 레트 버틀러-스칼렛 오하라와는 다른 이장현-유길채만의 러브스토리가 성공할지, 그리하여 남궁민-안은진 커플이 클라크 게이블-비비안 리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둘지 ‘연인’의 앞으로가 궁금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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