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도 정규직인데'…부당해고에 흔들리는 노동자

김건주 기자 2023. 8. 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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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1. 직장인 A씨는 3개월 수습을 조건으로 회사와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수습 막바지에 회사 대표 B씨는 어떤 사유도 없이 A씨에게 “수습 연장, 수습 종료와 계약해지, 계약직 전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라”라고 말했다. 황당함을 느낀 A씨는 수습 종료와 함께 계약해지를 선택, 회사에 해고통지서를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A씨가 이를 거절하자 뒤늦게 계속 다니라면서 말을 바꿨다.

#2. 정규직으로 채용된 직장인 C씨는 3개월 수습으로 근무하던 중 근무지와 근무요일이 변경되었다는 내용을 고지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사전에 근무지, 근무요일 변경과 관련 보수에 대해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 C씨는 “아직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근무지와 근무요일을 일방 변경할 수 있냐”고 한숨지었다.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수습 노동자가 부당해고와 괴롭힘 등 갑질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습 기간은 ‘정식 근로계약’ 체결 후 근무·적응 능력 향상을 위해 부여하는 근로기간이다. 하지만 수습이라는 이유로 회사가 일방적인 수습기간 연장 통보, 해고 결정 등 갑질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13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7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천114건 중 근로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갑질은 154건(13.8%)에 달한다. 또 지난 6월 9~1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입사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 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71명(17.1%)였다.

수습 노동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갑질 중 심각한 갑질은 대표적으로 ▲부당해고 ▲기간제·프리랜서 계약 강요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수습기간 일방 연장 ▲직장 내 괴롭힘 등 5가지였다.

먼저 수습기간 부당하게 해고를 하는 경우다. 노동자들이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사용자는 수습기간에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해고시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 통지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는 수습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기간제·프리랜서 계약을 강요하는 갑질도 제시된다. 사용자가 수습 노동자들에게 처음 약속과 다른 고용형태 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식이다. 정규직 채용공고를 올려 구직자를 유인한 뒤, ‘수습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하는 형태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별도의 해고 조치 없이 계약만료를 통보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채용 후 공고 등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변경하는 수법도 있다. 수습기간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문제제기를 어려워한다는 점을 이용해 근무지와 근로시간, 보수, 업무 내용 등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다. 이는 현행 채용절차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시 신고 후 해고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5인이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수습노동자들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적용받아 사용자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근로기준법 위반임에도 괴롭힘 신고 이후 회사가 ‘본채용 거부’라는 표현을 써 가며 수습기간 중인 피해자를 해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수습 갑질에 노동자 개인이 대응하려면 우선 자신이 맺은 계약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일부 회사는 채용공고·면접·근로계약서의 표현을 혼용해 쓰곤 하는데 근로계약서에 적힌 문구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채용 과정에서 채용공고 내용을 증거자료로 확보해 두고, 면접 혹은 면담에서의 구두 약속 등을 녹취해 보관하면 이후 분쟁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계약을 이미 체결한 수습사원에 대해서도 불이익한 계약관계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점검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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