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고삐에도 잇단 사고…금융당국 칼 빼드나[금융권 탈선②]

최홍 기자 2023. 8.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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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했던 은행권, 1년 만에 다시 비리로 얼룩
정부 경고에도 비웃듯…횡령·불공정거래 만연
단단히 벼르고 있는 금융당국…"최고 책임 물을 것"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0.11.1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향해 또다시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은행 대규모 횡령 사고 이후 잠잠했던 은행권이 1년 만에 다시 비리로 얼룩지고 있어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사고에 대해 엄중 대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국민은행·경남은행·대구은행에서는 이런 정부의 감독을 비웃듯 비위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발생하는 은행들의 비위 행위와 관련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터진 이후 대대적인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는데도 사실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남은행에서는 562억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횡령 사실이 드러나 국내 금융시장에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이는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고 이후 최고 규모다. 향후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경남은행 횡령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증권 대행 업무를 하는 직원이 내부 정보로 주식 투자를 해 127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횡령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친지·지인·동료들에게 내부 정보를 전달하며 집단으로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에서는 개인의 실적을 위해 고객 동의 없이 주식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불법 계좌 개설 규모가 1000여개라는 점에서 그간 비위 행위가 지속적이고 만연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일부 직원은 몰래 개설한 계좌를 숨기기 위해 고객에게 전송되는 계좌개설 안내 문자(SMS)를 차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금감원은 해당 은행별 현장검사와 더불어 드러나지 않은 사고가 있을 가능성에 고려해 전 금융권으로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PF 대출 자금 점검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 불공정거래 관련해서는 내부통제 미흡한 점이 발견된 만큼 개선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대구은행 불법 계좌개설은 검찰에 통보한 후 현장검사를 통해 내부통제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진화에 나섰으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감독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대대적으로 마련하고 은행들에 공문을 보내며 지도까지 나섰는데, 불과 1년 만에 비슷한 사고들이 연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남은행 횡령과 국민은행의 불공정거래 시기를 분석해 보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제도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와 일정 부분 겹친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하는 와중에도 은행에서는 실시간으로 금융 범죄가 일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우리은행에서 거액의 횡령이 발생하자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준법감시부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고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근무 의무를 강화토록 했다. 또 사고발생 고위험 업무에 대해 여러 인력을 투입하는 직무분리 제도의 대상도 구체화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이전보다 더욱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한 행동을 한 만큼 향후 괘씸죄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은행 등 은행권 횡령 사건이 불거진 뒤 은행권에 내부통제를 개선하라고 지도하고 공문도 보냈다"며 "그런데도 횡령 사건이 또 터졌다는 점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를 중점적으로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이 은행들 내규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추가로 개선할 부분도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복현 금감원장도 사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이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법령상 허용할 수 있는 최고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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