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유커”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 푼 중국… 기대 반 우려 반

임성준 2023. 8. 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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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관광·종사자 인력난 등 수용태세 개선해야

“이게 얼마 만인지.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입니다.”

13일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에서 만난 화장품 판매점 상인은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유커(游客·중국인 단체여행객)의 단체관광이 6년 5개월만에 풀렸다는 소식에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이동 제한이 풀리며 외국인 손님이 다시 찾고 있는데 이번에 씀씀이가 큰 중국 단체 여행객도 온다고 하니까 매출이 기대가 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제주 찾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세계일보 자료사진
외국인을 상대하는 한 쇼핑센터는 “최근 대만과 태국, 싱가프로 등 동남아 관광객 등이 찾고 있지만 매출로만 볼 때 중국인 단체가 빠진 자리가 크다”라며 “유통 뿐아니라 전세버스와 숙박, 식당 등 관련 업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6년여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해 그간 ‘큰손’ 유커를 맞이하지 못했던 외국인 관광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코로나19로 2021년 17만명에 그친 중국인 관광객이 올 상반기엔 55만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방한 중국인이 2016년 수준(807만명)까지 회복할 지 주목된다.

제주에서는 이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53척의 크루즈선이 기항을 예약했고, 인천에서는 3년 7개월 만에 한중 카페리 운항이 재개된다.

지자체와 관광업계는 중국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 무렵부터 유커가 대거 몰릴 것으로 보고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유커의 귀환 소식에 기대와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당장 전세버스와 여행사의 기사·관광통역안내사 등 종사자 수급이 문제다. 수용태세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 종사자 인력난과 함께 ‘싸구려 관광’, 불법 체류, 외국인 범죄 등이 다시 고개를 들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인 관광시장이 사드 이전으로 회복할 지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한중 관계와 경색된 남북 관계, 중국 경제상황도 변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807만명을 기록하고 2017년 417만명으로 떨어졌다. 2018년과 2019년엔 479만명, 602만명으로 회복세를 보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2020년 69만명, 2021년 17만명, 2022년 23만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1∼6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54만여 명이다. 86만여 명이 찾은 일본에 일찌감치 1위 자리를 내줬다.

◆면세점·카지노 등 ‘반색’…여행사 가이드·버스 기사 부족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소식에 제주도와 관광업계가 가장 먼저 유커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해 300만명이 찾았던 제주는 중국인 관광시장이 지역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제주는 사드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306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360만명의 85%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2017년에는 75만명, 2018년에는 67만명으로 급감했다. 2019년 107만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항공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발길이 뚝 끊겨, 10만3000여명으로 전년보다 90% 줄었다. 이어 2021년 6300여 명, 2022년 9800여 명에 그쳤다. 올해 3월부터 중국 노선의 일부 복항과 개별관광객 수요 증가로 7월 말까지 13만명(잠정)이 방문했지만 중국 관광시장의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강인철 제주관광협회장 직무대행은 “코로나19 이후 국내시장은 빠르게 회복했지만 중국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관광업계는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카지노·면세점·쇼핑센터 등의 업계 경영 정상화와 도민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드림타워복합리조트 운영사인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최근 하루 평균 객실 1400개를 가동하는데 투숙객 절반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라며 “‘큰손’ 중국인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카지노 인력만 4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1일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지사 주재로 열린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따른 수용태세 관리대책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9월말 중추절 연휴 피크 예상…직항노선 회복 시급

업계는 중국 현지 여행사가 상품을 개발하고 모객해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2~3개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체관광객 대거 입국은 중국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무렵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항공노선 회복이 우선 시급하다. 제주∼중국 직항노선은 2019년 월 530편에서 올해 7월 현재 313편으로 60% 수준이다.

제주관광공사는 현재 6개 지역·주 77편이 운항되고 있는 중국 직항노선을 하반기 17개 지역·주 157편까지 확대하고, 내년에는 18개 노선·주 200편 이상으로 직항노선을 확대해 중국인관광객이 편리하게 제주를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윤남호 롯데면세점 제주점 부점장은 “9월 말 중국 연휴와 동절기 직항 정기편 확정 이후 회복 추세를 보며 중국인 전용 프로모션, 중국어 가능 판매원 증원, 중국 MZ세대 취향의 신규브랜드 론칭 등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중국발 크루즈 53척 제주 기항 예약…입출국 시간단축 등 개선 필요

코로나19와 함께 중단된 크루즈와 한중 카페리 여객 운송도 재개된다.

지난 11일 오후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한 카페리 뉴골든브릿지5호가 승객 110명가량을 태우고 12일 오전 인천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웨이하이·칭다오 등 중국 8개 도시를 오가는 한중 카페리의 승객 운송 재개는 2020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전면 허용이 발표되자마자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 53척이 제주도에 기항을 신청했다.

중국발 크루즈선이 급작스럽게 몰림에 따라 제주항과 강정항에는 기존 크루즈선 기항을 포함해 현재부터 내년 3월까지 8개월 가량의 기항 신청이 마감된 상태다. 크루즈선 한 척에는 통상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중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한다.

제주에는 2016년 크루즈관광객이 연간 120만명이 방문해 정점을 찍었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크루즈 관광시장을 사실상 이끌었다. 당시 제주시 동문시장과 면세점, 도내 유명 관광지에는 한꺼번에 줄지어 방문하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크루즈 관광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방문객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를 위해 음식, 쇼핑, 즐길거리 등 다양한 기항지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3000명 기준 1∼2시간 소요되는 출국 수속 시간 단축도 요구된다.

◆9∼10월 중국 연휴·국내 수학여행 겹쳐 관광버스 대란 우려

중국발 크루즈선과 중국인 단체여행이 재개됨에 따라 관광버스 기사와 관광통역안내사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전세버스의 경우 개점휴업이던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상당수 기사들이 일자리가 안정적인 제주 준공영버스 기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올 가을 많은 중국인들이 제주 단체여행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수학여행 시즌과 겹쳐 자칫 ‘관광버스 대란’이 우려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가이드도 상당수 제주를 떠나 여행사와 쇼핑센터 등이 구인에 애를 먹고 있다.  

종사자 확보 등 외국인 단체관광객 수용 태세가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이 위축됐고 저가여행과 불법체류자 등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한 이슈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주는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일본과 대만, 동남아, 서구권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찾고 있지만, 중국 단체가 재개되면 다른 국적 관광객의 제주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우영매 뉴화청여행사 대표는 “사드·코로나19 이전에 거래하던 중국 현지 여행사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부족한 전세버스와 관광 안내사 확보가 관건”이라며 “중국 단체관광에 대한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더 안 좋은 환경에서도 풀어나갔던 만큼 이번에도 잘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행사에는 사드 사태 이전 중국동포(조선족) 가이드만 1000여 명이 종사했지만 지금은 수십명에 불과하다.

전세버스 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업계가 활기를 띨 전망이지만 당장 버스 기사 부족이 문제다”라며 “준공영버스로 이직한 기사들이 정년 퇴임해서 관광버스로 복귀하는 구조로 고령화 추세”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은 전세버스 60여 개 업체가 18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가동률이 20%대에 머물렀다.
오영훈 제주지사(왼쪽)가 11일 왕루신 주제주중국총영사를 만나 최근 중국의 한국행 단체여행 전면 허용에 따른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제주-중국 간 관광시장 회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지사 “저가 관광 개선·인력난 등 수용태세 정비”

싸구려 관광으로 인식된 중국 단체관광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도가 무사증 관광이 가능하고 전통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 지사는 “저가 관광 개선과 관광 수용태세 정비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서 민간단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질 높은 관광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보는 관광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관광으로 어떻게 바꿀 지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17~23일 중국을 방문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제주관광설명회를 열어 중국 현지에 제주관광 붐을 조성하고,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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