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추가 최고야, 이걸로 김치 담궈”…AI가 고른 배추, 뭐가 다를까 [푸드현미경]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8.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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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등급 분류 인공지능(AI) 모식도. *자료=CJ제일제당·아마존웹서비스
[푸드현미경-9] 상대적으로 정보기술(IT)과 거리가 먼 듯했던 식품업계가 최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식품의 제조·유통·판매 전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기서 나오는 유용한 정보를 활용하면 생산 효율과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식품 분야에서의 AI 활용 분야는 크게 4가지입니다.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상품 품질 등급 분류 △인터넷 웹사이트·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타난 소비자 의견을 분석해 제품 개발·개선에 활용 △제품 수요예측을 통해 재고관리와 제품 공급 효율화 △원자재 가격 변동 데이터를 이용한 거래(구매) 전략 수립 등입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요? 배추를 보다 보면 간혹 잎이나 밑동에 깨알같이 작은 흑색 반점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깨씨무늬’ 증상입니다. 깨씨무늬가 나타난 배추는 먹어도 안전이나 건강에 문제가 없지만 보기에 좋지 않은 탓에 무늬 없이 깨끗한 배추에 비해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배추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수작업으로 배추의 품질 등급을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니 개인별 편차가 생겼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포장김치를 제조·판매하는 CJ제일제당은 그동안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왔던 김치용 배추 등급 선별을 자동화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등급별로 다양한 배추 잎 사진을 학습한 AI가 컴퓨터 비전(물체나 상황을 시각적으로 식별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통해 배추를 스캔한 뒤 해당 배추가 어떤 등급인지 분류해주는 겁니다. 배추 등급 분류 정확도는 지난해 88.3%를 넘어섰습니다.

CJ제일제당이 도입한 AI 시스템은 깨씨무늬 증상 외에도 ‘추대(배추 잎 옹이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라는 현상)’ ‘불소 결핍(잎자루 중간 부분 일부가 흑갈색이 되는 현상)’ ‘석회 결핍(배추 속이 물러지는 현상)’ 등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이런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정량화된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등급 선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죠. 이를 통해 제품의 품질 신뢰도를 높이는 겁니다.

풀무원은 AI 자연어 처리 기술과 음성인식 기술을 토대로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라온 고객 리뷰와 고객센터로 걸려온 불만 전화 음성을 분석해 제품에 대한 맛과 서비스 평가 데이터를 집계하는 ‘VOC·리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간편식 제품의 염도와 매운 정도, 두부의 무르고 단단함 정도 등에 대한 고객들의 정성적인 평가를 세밀하게 분석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죠. 신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는 데도 사용됩니다.

동원F&B는 자사 참치 캔 ‘동원참치’ 제품 내 뼈나 비늘 등 이물질을 검출하는 데 AI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기존 X선 설비에 20만장이 넘는 참치 뼈 이미지를 학습한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육안이나 X선으로 검출하지 못한 아주 미세한 크기의 뼛조각까지 검출할 수 있게 만든 겁니다. 참치를 어획하는 동원산업도 육안에 의존해왔던 횟감용 참치 품질 등급 선별에 AI 시스템을 적용했고, 참치떼(어군) 이동 경로를 탐색하고 예측하는 데도 AI 드론(무인기)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양에서 어획된 참치는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영하 60도 이하 저온에서 급속 냉동된 채 유통됩니다. 이때 냉동 상태에서 품질 등급을 선별하기 위해 꼬리 부분을 폭 5㎜ 이내로 절단해 절단면만 해동·세척한 뒤 이를 보고 등급을 나눕니다. 동원산업이 개발한 ‘참치 품질 등급 선별 AI 모델’은 꼬리 절단면 이미지 1만개 이상과 등급 기준 등을 학습해 절단면 이미지만 있으면 색상·무늬 등에 따라 A·B·C등급으로 자동 분류합니다.

식품·유통 전문회사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온라인 자사몰 ‘프레딧’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복 검색어나 구매 이력 등을 동일 표본집단의 빅데이터와 연동시켜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는 겁니다. 또 자사 프레시매니저(배달기사)의 활동 패턴을 지역별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자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해 정확한 배송 일정을 안내하는 등 고객 편의를 높였습니다.

하림그룹은 국내 로봇 전문기업 택트레이서가 개발한 지능형 물류로봇 ‘스파이더고’ 도입을 위해 올해 연말께 전북 익산의 도계·육가공 공장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스파이더고는 냉장·냉동창고 같은 저온 환경에서도 구동 가능한 재고관리 로봇으로, 하림그룹의 최대 역점 사업인 서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기존에는 물류센터에서 워낙 많은 종류의 제품을 다량 취급하다 보니 재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공장에서도 실제 수요에 대응해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하지 못해 수시로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경우 기간 내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헐값에 팔거나 폐기하면서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량의 쓰레기도 부담이 됐죠.

반면 AI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제품의 입출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재고 관리 미흡에 따른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로 제품 수요를 예측해 맞춤 생산을 하는 것도 가능하죠. 각종 센서를 통해 온습도 변화, 화재 위험 등을 조기에 감지함으로써 보관 중 제품의 품질 변화를 막고 폐기율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림그룹은 도시첨단물류단지를 거점으로 수도권 내 주문 후 2시간 내 제품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등 단체급식·식자재 업체들도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위해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 디지털 클러스터 사업 협력사에 식품회사 중 유일하게 선정된 아워홈은 연내 스마트팩토리(데이터 기반 지능형 공장)를 구축하고 산지에서 소비자 식탁까지의 식품 정보를 통합 관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원자재 가격 변동 데이터를 활용한 구매 전략 등으로 생산성 향상은 물론, 디지털 이력 관리로 식품안전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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