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연령 낮아지는 만성질환, 조기 치료하려면...

이요세 2023. 8.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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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세의 건강요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름 휴가를 맞아 직장인 건강진단(국가검진+알파)을 미리 하려는 수검자들이 종합건강진단센터(건진센터)에 모여들고 있다. 건강진단은 '대형질환의 안전벨트'이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는 건강의 여신으로 숭배받는 히기에이아라는 딸이 있었다. 하기에이아가 태어나자 사람들은 아버지보다 딸을 더 숭배했다. 이와 관련해 인문학자들은 "질병이 걸리기 전에 건강한 삶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렸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아버지인 아스클레피오스를 다시 따르게 되었다. 그래서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명제를 망각하게 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거의)무료로 해주는 국가종합건강진단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나 직업이 없는 사람 등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건강진단은 암이나 뇌졸중, 심장병 등 '중증질환'을 일찍 발견하고, 건강할 때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고 생활 속에서 건강수칙을 잘 실천한다고 해서 정기적으로 진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질병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질환, 점점 발병연령 낮아져

종합건강진단은 병을 조기에 진단하여 조기치료를 가능케 한다. 또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여 현 시점에서 필요한 건강증진활동과 더불어 향후 지속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암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소모성 질환(생활습관병, 성인병), 퇴행성 질환은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예방이나 마찬가지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지속돼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콩팥질환 등 만성질환(생활습관병)은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져 이제는 30대부터 시작된다. 대략 30대에 필요한 건진 항목은 대다수의 건진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본 검사 항목인 신체 계측(체중, , 혈압), 혈액, 소변, 안저 검사, 상복부 초음파, 위 내시경 검사 정도다. 아직 각종 암이 흔하게 발생하는 연령이 아니며 뇌경색, 심장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 역시 드물다. 그러나 30대에도 위궤양, 역류성식도염의 빈도는 높기 때문에 반드시 위 내시경은 1~2년에 1회 받는 것이 권장된다.

40대는 암, 심혈관 질환 같은 중증 질환들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시기다. 이 연령대에 맞는 건강검진은 기본 검진 항목 외에 심장 초음파, 심장 운동부하 검사, 뇌혈류 검사 등이 필요하다. 흡연을 하는 40대 남성이라면 단순 흉부방사선 촬영 외에 저선량 폐CT 검사를 통해 폐암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의 발생 여부를 감시하면 좋다.

50대 이후, 중증질환 검진 필수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40, 50대 환자들이라면 심장 초음파, 심장 운동부하 검사, 뇌혈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심뇌혈관 질환 감시를 위해 심장CT나 뇌MRI 검사를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연령대에 대장 내시경 검사는 필수 항목이다. 검사를 받아서 용종이나 암이 없는 깨끗한 상태이면 5년에 한번, 용종이 있어서 제거했다면 2~3년에 1회의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60세 이후에는 암 발병 여부나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이고 집중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 조기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종합건강진단을 받고 나면 대개 '건강A, 건강B, 건강주의C, 질환의심D' 등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건강A는 지극히 양호한 상태임을 뜻한다. 건강B는 추가 검사나 약물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평소에 특정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생활습관 교정 등을 통해 주의를 요한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건강주의C는 당장 치료를 요하지는 않지만, 정기적인 검사나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 질환의심D는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의 상담 후 약물 복용이나 기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암이나 심장병 등 주요 질환의 가족력이 있으면 집중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위암이나 대장암, 뇌졸중, 심장병 등 부모의 발병 시점보다 10년 정도 먼저 정기검진이나 종합건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 제대로 추가 검사와 함께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일이다.

이요세 기자 (yos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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