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北·中 견제' 군사훈련 정례화 추진… 한층 굳어지는 '신냉전'
중국·러시아 반발 및 대북 군사적 지원 강화 가능성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번 주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중국 등 역내 안보위협을 '견제'하기 위한 3국 간 군사훈련의 정례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의 정례화와 더불어 3국 전력이 모두 참가하는 연례 훈련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람 이매뉴얼 주일 미 대사는 최근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한미일 3국이 연례 훈련을 시작하고 정보 공유를 강화하며 사이버 안보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3국 전력은 작년 9월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대비한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 또 같은 해 10월부터 올 7월 사이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가정한 3국 간 미사일 방어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미 및 미일 간의 연례 연합 군사훈련과 달리 한미일 3국 전력이 함께하는 훈련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례화'된 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한미일 정상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간 연례 군사훈련의 정례화에 합의할 경우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시아판'과 같은 '한미일 안보협력체' 출범 준비 단계가 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한미일 3국 간 군사훈련 정례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당국자들 사이에선 3국 간 훈련의 성격·방식 등을 놓고는 다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억제 강화 차원에서라도 한미일 3국 간 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중국·러시아 등이 이를 빌미로 오히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거나 한미일 3국을 상대로 직접적으로 반발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단 이유에서다.
중·러 양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북한의 도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어왔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에 따른 안보상 위협 때문에 북한이 각종 무기를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식의 주장으로 북한을 두둔했던 것이다.
물론 중·러 양국의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이 지난 2018~19년 소위 '비핵화'를 화두로 우리나라·미국 등과 정상외교를 벌이는 동안에도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지속해온 데다, △스스로 자신들의 '국방과학 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각종 무기체계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혀왔단 점에서 "억지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당국자들의 평가다.
다만 중국 측은 지난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줄곧 강조해온 '한미일 3국 협력'이 궁극적으론 북한을 넘어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봐왔던 만큼, "한미일 3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군사훈련 정례화에 합의할 경우 반발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역시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부족해진 포탄 등 재래식 무기·탄약을 북한으로 지원받았단 의혹이 제기돼온 만큼 한미일 3국 간 군사훈련 정례화 논의에 맞서 대북 지원을 늘리는 등 북중러 간 결속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7일 북한의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경축행사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즉,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한미일 대(對) 북중러'란 이른바 '신(新)냉전' 구도가 한층 더 선명해질 수 있단 게 외교가의 진단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일 훈련의 정례화와 제도화는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중국 등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일 훈련의 정례화는 '훈련을 계속한다'는 의지와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미가 합의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정례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미일 3국은 아직 중국에 직접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서해상 훈련은 하지 않았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둔 것"이라며 "중국은 한미일 훈련에 반발하더라도 우리나라만을 겨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이 한중관계를 '대척점'으로 끌고 가려고 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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