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에 공 가렸다, 타점 안 됐으니…” KIA 24세 유망주 포수의 아찔한 질주, 그날의 진실[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라이트에 공이 가렸다.”
KIA가 5-3으로 앞선 4일 광주 한화전 5회말 1사 만루였다. 최원준이 한화 이태양의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한화 우익수 이진영이 타구를 잡을 듯하더니 갑자기 쫓아가다 말았다. 타구는 이진영의 키를 넘겨 워닝트랙에 꽂혔다.
그러자 이진영이 재빨리 타구를 수습했다. 강견을 앞세워 홈으로 송구했고, 내야에서 커트했다. 이진영의 ‘트릭’이었다. KIA 주자들은 1사에서 뜬공이니 당연히 하프웨이를 한 뒤 타구를 끝까지 확인하고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이진영이 사실상 고의 낙구하면서, KIA 주자들에게 혼란함을 안겼다. 사실상 귀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타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졌고, 워낙 큰 타구라 3루 주자 이우성이 홈을 밟는 건 아무런 문제없었다. 이진영도 한화도 어차피 이건 감수해야 했다.
흥미로운 건 2루 주자 한준수(24)의 움직임. 이날 선발 출전한 백업포수는 의욕이 앞섰다. 하프웨이를 하지 않고 2루 쪽에서 몇 발 나간 상황서 뒤늦게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3루에 가는 건 문제 없었다. 그런데 3루를 막 통과해 홈까지 돌진하려는 순간, 공은 한화 내야진에 넘어온 상태였다. 그렇게 한준수가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릴 위기에 처했다.
이 타구에 1점만 올리면 KIA가 손해인 상황. 여기서 타자주자 최원준이 트릭을 썼다. 1루에서 순간적으로 오버런을 해서 한화 내야진에 미끼를 던졌다. 그래야 1점을 더 뽑을 수 있기 때문. 최원준이 런다운에 걸린 사이 한준수가 홈으로 전력질주 했다. 그러자 공이 홈으로 날아들었다. 한준수는 절묘하게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통해 득점했다. 비디오판독 끝 득점 인정.
KIA로선 해피엔딩이었지만, 한준수는 경험 부족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최원준도 당시 경기 직후 슬며시 웃더니 이 얘기를 했다. 김종국 감독은 하프웨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랬다면 홈에 여유 있게 들어갔을 것이다. 덩치가 큰 한준수는 아무래도 주력이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런 한준수는 12일 부산 롯데전에 다시 선발 출전했다. 또 다시 윤영철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엔 3안타를 날리며 또 한번 타격 재능을 발휘했다. 경기 후 만난 그에게 8일 전 얘기를 꺼내니 순순히(?) 인정했다.
한준수는 “스킵은 했는데 라이트에 공이 가렸다”라고 했다. 2루 주자의 시선으로선 순간적으로 그랬을 수 있다. 결국 최원준의 도움과 자신의 슬라이딩 기술로 득점을 올려서 다 잘 됐다. 그래도 한준수는 “앞으로 좀 더 생각하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최원준에게) 죄송하다고 했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한준수는 “타점이 안 됐으니까요”라고 했다. 실제 당시 최원준은 1타점만 올렸다. 당시 기록원들은 한준수의 득점을 ‘다른 주자(최원준) 수비하는 사이’로 처리했다. 따라서 최원준의 타구에 의한 득점이 아니니 최원준에게 타점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좌충우돌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올 시즌 한준수는 김태군의 백업으로 출전할 때마다 공수에서 좋은 플레이를 해낸다. 블로킹 실수가 많지 않다. 타격도 14경기서 타율 0.269 1홈런 5타점 6득점 OPS 0.731로 나쁘지 않다. 볼배합, 투수리드는 김태군에게 많이 배운다.
한준수는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타격과 수비 다 잘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잘 하려다 실수한 적이 있으니 매 경기 똑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KIA에 김태군이란 기둥 속에서 유망주 포수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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