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진짜자치’ 양날개 펴고 싶다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郡·區 스스로 공원·주차장 조차 만들 수 없어
인천지역 풀뿌리 정치를 되살리면서 ‘인천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인천은 서울시를 배후로 둔 도시의 특성으로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2034년까지 297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의 올해 본예산은 13조9천24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기에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은 94건으로 군•구 곳곳에서 개발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 군•구의 자치 생명력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인천의 말초신경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 군•구 곳곳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다양한 행정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힘’을 통해 기초지자체의 권한 강화를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균형발전 주요축 ‘행정체제 개편’… 광역지자체 권한은 ‘0’
인천의 균형발전을 위한 주요한 축이 ‘행정체제 개편’이지만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한 지방자치의 권한은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이 ‘중앙 집권형’ 의사결정 과정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행정체제 개편이 정치적 이슈에 사로 잡혀 시민들의 삶터를 바꾸는 주요한 결정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세력의 이해만 얽혔기 때문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현재 지방자치법에 의해 광역지자체가 기초지자체의 폐지 및 병합 등 행정체제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를 거쳐 법률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로 인해 인천시도 지난 6월1일 행정안전부에 ‘(가칭)인천광역시 제물포구 등 3개 구 신설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할 수 있도록 제안서를 제출했다. 시는 행안부가 오는 하반기 안에 해당 법안을 국회에 제출, 내년 총선 이전에 행정체제 개편을 마무리 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인천은 지난 1995년부터 2군·8구, 즉 강화·옹진군을 비롯해 중·동·미추홀·연수·남동·부평·계양·서구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를 오는 2026년까지 중·동구를 합쳐 제물포구를 만들면서 영종구를 신설하고, 서구에서는 검단구를 떼어내 결국 2군·9구 체제로 바뀐다. 이에 따라 현재 인구 14만명의 중구와 6만명의 동구는 10만명의 제물포구와 10만명의 영종구로 바뀐다.
이와 함께 인구증가에 따른 분구도 있다. 서구는 인천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도 내륙지역에서는 가장 넓다. 서구의 면적(118.5㎢)은 동구(7.1㎢), 미추홀구(24.8㎢), 계양구(45.5㎢)와 부평구(32㎢)를 합친 면적보다 넓다. 공항철도·공항고속도·아랫뱃길 등 교통인프라가 서구를 남·북으로 분리하고 있다. 시는 각종 복지 등 행정서비스 등을 지역의 특징에 맞게 바꿔 시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상 행정체제 개편의 권한이 모두 ‘중앙집권형’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지역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역에서도 행정체제 개편으로 이어질 청사 이전과 조정 교부금 문제에 대해서는 ‘법 제정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지역에서는 개편 이후 제물포구는 인구소멸 및 타 지자체와의 재정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도시를 품고 있는 검단·영종구와 달리 제물포구는 원도심 지역인 탓에 인구 및 세입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의회의 의견청취도 단 1차례에 그치면서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천시 관계자는 “중·동·서구와는 이미 행정체제 개편방향과 협력사항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시·도 등 광역지자체의 행정체제 개편 권한을 보장하면, 보다 더 현실적인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도시계획권’ 없는 광역시의 군·구… 풀뿌리 지역 발전 한계
인천지역 군·구에게 도시계획권이 없는 것도 지역 밀착형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도시계획은 주민의 이익과 지역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권한인 만큼 군·구의 도시계획권 확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천시는 도시관리계획을 마련하지만, 정작 인천을 구성하는 군·구는 별도의 계획을 만들지 않는다. 즉 도시계획권한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광역시의 군·구와 달리 도의 시·군은 각자 도시계획권한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광역시의 구청장과 군수는 각종 개발계획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군·구들은 독자적인 생활권이 아닌 인천의 일부 지역에 그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제6회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연수구의 ‘비류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의 지정안’과 남동구의 어린이공원과 주차장, 체육시설을 신설하는 도시계획을 심의했다. 또 서구의 자동차운전학원, 계양구의 골프연습장 신축까지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다. 이처럼 군·구는 스스로 공원이나 주차장을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구의 관계자는 “규모가 큰 도시개발사업이 아닌 작은 공원이나 주차장을 만드는 데에도 시의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탓에 자치구의 자율적인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자치구에서 자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하면 보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텐데, 인천시에서 도시계획에 대한 논의를 하다 보니 의견이 나오는 것도 한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치구의 권한을 확대해 행정적 낭비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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