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똑바로 차려” 남편에 호통친 아내...22일 폭탄급 발언 나오나 [법조 인싸]
판사랑 변호인은 서로 고성·설전
檢 “경험한 적 없는 일 일어나”
민주, 이화영 법정 진술 저지 안간힘
‘재판 방해·가짜 변호사 논란’ 불러
다음 재판 이화영 진술에 초미의 관심
지난 수십 년 간 재판에 참석해온 검사·변호사들마저도 “난생 처음 겪어본다”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 재판에 대한 얘기입니다.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그동안 나름(?) 조용히 진행되는듯 했던 이 전 부지사 공판은 한 달여 전부터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이 전 부지사와 부인이 법정서 ‘부부 싸움’을 벌이고, 판사와 변호사가 서로 고성을 지르고, 재판 방청객들이 고함 치다 끌려나가는 일들이 불과 최근 2주 사이에 벌어집니다. 그간 무슨 일들이 있었길래 이러는 걸까요? 이번주 [법조 인싸]는 ‘격전지’가 된 대북송금 재판의 상황과 쟁점에 대해 알아봅니다.
매일경제는 이날 “지금까지 대북송금 관련 혐의를 일체 부인해오던 이 전 부지사가 관련 정황이 담긴 국정원 문건 등이 나온 데 못 이겨 최근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특혜 등에 직접 개입했다”는 폭탄선언으로 순식간에 ‘키맨’이 된 인물이죠. 보도 다음날인 18일 오전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해온 법무법인 해광 소속 서민석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지난 2019년 쌍방울 측에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이후 국면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해 거짓 진술을 받아냈다’는 민주당과 ‘일부 정치세력이 오히려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검찰 간 치열한 기싸움으로 번집니다.
우선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이자 강성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백 모씨가 나섰습니다. 백씨는 18일 민주당에 탄원서를 보내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곧이어 24일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를 일부 인정한 서 변호사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합니다.
백씨는 25일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변호인 해임신고서는 내 의사가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하자 방청석에서 일어나 “이게 이화영 재판이냐 이재명 재판이냐. 당신 정신 똑바로 차려라”라며 남편을 호통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지원공세에 나섭니다. 이 대표는 19일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한다”며 비판했습니다. 26일엔 민주당 현역 의원인 김승원, 주철현, 박범계, 민형배 등이 ‘이화영 회유 논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수원지검을 방문해 농성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백씨 등이 반발하자 21일 옥중 친서를 통해 “쌍방울에 방북 요청을 한 건 맞지만, 대납 요청을 했거나 이 대표에게 이를 보고한 적은 없다”며 한 발 물러납니다. 그러자 검찰에서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백씨와 민주당 등이 제기한 ‘고립 후 회유설’에 “(이 전 부지사가) 가족·지인과 110회 이상, 국회의원들과 7회 특별면회한 바 있고, 180여 회 변호인을 접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가세해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하고 압박할 정도로 간 큰 검사가 있겠느냐”고 꼬집었습니다.
기싸움은 지난 8일 벌어진 공판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날은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해온 서 변호사가 백씨 등의 반발로 불출석한 가운데 법무법인 덕수 소속의 김형태 변호사가 대신 변호를 맡으러 나왔습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이 무효라는 의견서, 재판부 기피신청서, 변호인 사임서 등을 연달아 제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의견서가 피고인과 상의된 것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검사에게 “당신이 변호사냐”고 따지는가 하면, 큰 소리로 제지에 나선 재판부에게 “왜 소리를 지르느냐. 예의를 지켜라”라고 항의하다 중도에 자리를 박차고 퇴정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2020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이 대표 측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전 부지사는 21일 옥중 친서에서 “‘쌍방울이 방북비용을 대납한다는 걸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적 없다”고 했는데, 김 변호사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방북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은 무효”라고 적었습니다. 이를 통해 보면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진술했다 민주당과 백씨 등 가족의 반응을 보고 다시 입장을 뒤집은 게 맞아보입니다.
그러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전 부지사가 뚫리면 검찰은 이 대표로 향하는 직행 티켓을 손에 넣는 거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의혹이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선 이 전 부지사와 같은 위치에 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대북송금 진술을 인정함으로써 이것이 법정 증거로 채택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재판을 공전시켜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나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 검찰은 검찰 간부급 인사가 예정된 9월이 지나기 전에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을 엮어 병합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재판이 공전되며 기소 시기가 늦어지면 이러한 검찰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이 전 부지사 하고도 상의하지 않은 의견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하는 건 변호인으로써 부적절한 행동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부인 백씨도 방청석에서 이 전 부지사를 비난하다 재판부로부터 부적절하다는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도 ”다음부터는 저를 계속 변호해온 법무법인 해광과 재판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음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됩니다. 이 전 부지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다음 재판에 나와선 어떤 입장을 밝힐지 정계와 법조계에서 다시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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