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를 맞는 ‘루틴 찾기’…두산 곽빈에게는, 시작이 ‘전부’다
두산 우완 곽빈(24)은 이미 KBO리그 국내 선발진 가운데 톱클래스로 올라와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대치는 그 이상이다. 곽빈이 톱클래스 선발투수 중에서도 리더가 될 잠재력이 넘쳐난다는 시각이 많다.
곽빈은 시즌 16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5패 평균자책 2.69으로 굉장히 견고한 성적을 내고 있다. 다만 눈높이를 올려놓으면 살짝 아쉬움이 따르는 공간은 있다. 또 그곳을 채울 숙제 내용도 이미 드러나 있다.
야구도 ‘시작이 반’이다. 팀도, 선발투수도 1회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곽빈에게는 시작이 거의 전부다.
곽빈은 올시즌 피안타율 0.187의 특급 피칭을 하고 있다. 허리 부상으로 일시 공백이 있던 곽빈은 90.1이닝을 던져 규정이닝(96)에 조금 모자란 상태이지만 규정이닝을 채우면 이같은 세부지표에서 바로 1위로 올라갈 만큼 내용이 좋았다. 올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가운데 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선수는, 0.211의 펠릭스 페냐(한화)로 그다음으로는 0.214의 에릭 페디(NC가) 따른다.
곽빈을 만나면 그만큼 안타 생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등판 이후 초반의 곽빈은 그만큼 강하지 않았다.
곽빈은 올시즌 1회 피안타율이 0.259로 본인 평균 대비 굉장히 높았다. 2회 피안타율도 0.246으로 그다음으로 나빴다. 곽빈은 올시즌 3회에는 피안타율 0.045로 극강의 모드를 보였다. 곽빈은 투구수가 30개 이상 넘어가면서 절정의 밸런스로 공을 던졌다. 실제 곽빈은 등판 뒤 30구까지는 피안타율 0.255를 기록하다가 투구수 31~60개 사이에서는 피안타율을 0.125까지 떨어뜨렸다.
곽빈은 올시즌 잘 던지고도 경기 초반 실점으로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같은 이닝별·투구수별 경기력 차이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곽빈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1회 선두타자 정은원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1사 뒤 3번 노시환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이후 잘 던지면서도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연구하고, 고민도 많이 하며 준비한 시즌이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일본대표팀 투수들이 하체 위주로 가볍게 던지는 듯 하면서도 150㎞ 중반대 구속을 쉽게 찍는 것을 보고 훈련 내용의 변화를 가져가기도 했다. 곽빈은 새 시즌 하체 훈련 비중을 늘렸다.
곽빈은 하체 위주의 피칭으로 구속 편차와 제구 편차를 줄이는 게 목적이었다. 아직은 익숙해지는 ‘과정’에 있지만, 경로는 잘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이닝별, 투구수별 편차 줄이기는 올시즌 도드라진 숙제다.
곽빈 말고도 몸이 늦게 풀리는 선발투수는 적잖이 있다. 예컨대 롯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차우찬이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밸런스가 좋아지는 대표적 스타일이었다.
곽빈으로서는 어쩌면 또 하나의 갈림길에 있다. 이같은 습성을 끊어내고 갈지, 선수 생활 내내 안고 갈지 여부다. 준비 습관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등 시도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문제는 밖으로 나와 있다. 답을 찾을 시간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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