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명소·영농 체험…다양한 매력으로 외지인과 ‘썸’을 타다

김윤호 2023. 8.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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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재생버튼을 눌러라] 관계인구로 지역 활성화
문화·자연자원 활용하는 지자체들
서퍼 몰리는 양양, 관광객 급증
체류인원, 등록인구 절반가량
강릉·춘천, 워케이션에 주목
용인, 체류형 주말농장 조성

행정안전부는 올 1월 제정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2조에서 특정 지역에 일정 기간 머물며 활동하는 사람까지 지역인구로 폭넓게 보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인구감소지역이 2021년 기준 89곳에 이르자 더는 실제 주민수로만 인구 정책을 좌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소멸을 막고자 문화자원 등을 활용한 생활인구 늘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의 ‘서피비치’를 찾은 관광객들이 서핑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양양을 찾은 관광객은 1638만명으로, 이를 체류인구로 환산하면 주민등록인구 절반에 가까운 1만3200명가량 된다.

최근 찾아간 강원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 ‘서피비치(Surffy Beach)’라고 불리는 곳답게 바닷가는 말 그대로 ‘물 반, 서퍼(Surfer·서핑하는 사람) 반’이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에도 아랑곳없이 젊은이들은 솟구치는 파도를 잡으려고 저마다 보드 위에 엎드려 ‘손 노’를 젓는다. 1㎞에 달하는 은백색의 긴 모래사장엔 강사의 구령에 따라 서핑자세 연습 삼매경에 빠진 이들, 방갈로·해먹에서 꿀맛 같은 잠을 청하는 이들로 동네가 복작복작하다. 해변 근처 식당엔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바라보며 음악과 함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형욱씨(34)는 매년 여름이면 서피비치 인근에 33㎡(10평)짜리 달방(달마다 돈을 내고 투숙하는 방)을 구해 주말과 휴가 기간 내내 머문다. 보증금은 50만원, 월세는 2인 기준 55만원이다. 서핑 3년차라는 정씨는 “파도 타는 재미에 푹 빠져 날씨가 좋을 때면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친구들과 이곳에 놀러 온다”며 “호텔·게스트하우스 숙박비에 각종 편의성까지 따져보면 월세가 합리적”이라고 귀띔했다.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 머물다 2일은 시골을 찾는 ‘오도이촌’도 유행한 지 오래다. 행안부는 정씨처럼 일정 기간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일컬어 ‘생활인구’로 규정한다. 이는 주민등록인구를 넘어 관광·취업 등을 이유로 지역에 머무는 새로운 개념의 인구를 말한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등록한 외국인 또는 ‘재외동포법’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동포를 지역인구로 인정한다.

2022년말 기준 양양군 주민등록인구는 2만7866명으로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한다. 그러나 생활인구를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양양을 찾은 관광객을 1638만명으로 집계했다. 이를 반영해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인구감소시대, 체류인구를 활용한 지역유형별 대응전략 연구’에 따르면 양양의 체류인구는 1만3200명가량 된다. 체류인구는 ‘등록거주지 변경 없이 일상생활권(정주·통학·통근 등)에서 벗어나 한 지역에서 1박 이상 체류한 인구’라는 의미로 행안부가 제시한 생활인구와 비슷한 개념이다.

지자체는 워케이션에도 주목한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휴양지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 방식으로, 코로나19 이후 확산하고 있다. 외지인의 장기 체류를 유도할 수 있어 해당 지역과 건전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국내 워케이션 1번지로는 강릉이 꼽힌다. 산과 바다·호수가 공존하는 데다 커피·서핑·향토음식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직장인에게 주목받는다. 바다가 보이는 공유 업무공간을 운영하는 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는 “고객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다보니 자연스레 강릉의 생활인구 확장으로도 연결된다”며 “앞으로도 강릉이 가진 문화자원을 활용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도 올 4월 호수·글램핑·숲속·도심 속이라는 4가지 주제로 워케이션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서울·수도권과 가까운 이점을 살려 생활인구 확대 가능성을 엿봤다는 게 참가자들의 목소리다. 이를 토대로 춘천시는 현재 케이티앤지(KT&G)상상마당 춘천스테이호텔을 비롯한 지역 내 숙박시설과 연계해 주중 체류객을 유치하기 위한 워케이션 프로그램, ‘어나더 오피스(Another Office), 춘천’을 운영한다.

영농 체험을 제공하며 생활인구 늘리기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경기 용인시는 처인구 원삼면 학일마을에 목조주택 14동과 3198㎡(967평) 규모의 텃밭으로 구성한 ‘클라인가르텐(체류형 주말농장)’을 조성했다. 도시와 지방을 돌아가며 체류하는 ‘두 지역 살아보기’ 개념을 도입해 도시 거주자가 정기적·반복적으로 다른 지역과 관계를 형성하게 해 이들의 생활 거점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시설은 모두 임대된 상태며 대기자도 수십명에 달한다. 학일마을의 주민등록인구는 110명 남짓이지만 1년에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와 전통장과 메주를 만들고 농작물을 수확한다. 직장인 서영석씨(53)는 “농촌으로 이주하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서울 서초구 집과 학일마을을 오가며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마을주민과 수확 농산물을 나눠 먹으며 농촌의 깊은 정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사과나무 분양사업도 눈길을 끈다. 전북도는 올해 장수에 있는 농가의 사과나무 150그루를 일반인에게 분양했다. 메타버스 기술로 온습도를 입력하고 비료를 주며 사과를 키울 뿐 아니라 꽃따기, 열매솎기, 수확 등을 실시간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영농 과정이 더 궁금해 직접 장수지역을 찾아 본인의 사과나무를 애지중지 관리하려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생활인구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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