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새만금 잼버리에서 드러난 여야 정치권의 '국가주의'
폭염 상황 속 부실 운영이 이어진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서 영국, 미국 등 주요국 스카우트가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대통령 부부까지 참석한 잼버리 대회가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빚자 정부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8월 5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긴급하게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대통령은 관광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냉방버스를 내려 보내라는 지시사항을 직접 하달했습니다.
"코리아 잼버리, 금반지 정신"... "금이야 옥이야 자라 야영 경험 부족"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만금 잼버리에서 이제 '코리아 잼버리'로 나아가고 있다"며 독려한 데 이어,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위기의 나라를 살렸던 (1997년 IMF 사태 때) 금반지 정신으로 돌아가면 못 해낼 게 없다"고 거들었습니다.
물론 국제 행사라고는 하지만, 스카우트 야영 행사의 파행 위기가 왜 전 국가적 국난인 IMF에 견주어져야 하는지, 또 실직과 생활고의 고통 속에서도 금반지를 내놓았던 공동체 의식이 왜 이번에 발현돼야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논리는 없었습니다.
시민사회와 민간 영역에 급작스럽게 손을 벌리면서도, 스스로의 책임을 진정성 있게 인정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정치세력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 탓이라며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국회와 지방의회 지역구 상당수가 자당 소속인 전라북도 차원에서는 정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전북도의회의 민주당 염영선 의원이 SNS에 단 댓글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무엇보다도 잼버리는 피서가 아니다. 개인당 150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머나먼 이국에서 비싼 비행기를 타가며 고생을 사서 하려는 고난 극복의 체험"이라는 댓글을 달면서, "문제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다.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 참가비마저 무료이니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몰라 불평·불만이 많다"는 말까지 덧붙인 겁니다.
채 상병 숨진 지 얼마 안 됐지만... 당연하듯 폭염에 군·공무원 투입 지시
폭염으로 인해 행사 곳곳에 차질이 빚어지던 지난 3일, 한 총리는 "그늘막과 샤워시설 같은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공병대 투입, 응급 의료 상황에 대응할 군의관을 배치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습니다. 사병 투입은 최소화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지만, 군 투입을 지시하면서도 징병된 대한민국의 청년들에 대한 안전 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군인뿐 아니라 지역 소방대원과 공무원들까지 현장에 긴급 배치됐습니다. 공무원들에게는 시설 열악 지적이 나온 잼버리 현장 화장실 청소 업무가 맡겨졌는데, 하달된 매뉴얼엔 '변기 뚜껑을 열어 배설물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은 '직원 휴게공간 없음(알아서 그늘 찾아 쉬어야 함)', '사전 협의된 업무와 다른 일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지시', '웰컴센터에서 업무현장까지 도보 이동(본인차량 이동 금지, 도보로 40분 걸린 직원도 있었음), '조직위 관리자 간 업무분장으로 자주 다투거나 혼선 발생', '원활한 식사 불가'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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