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산업' 바이오, 인력난 심각…"뺏기고 빼앗고" 전쟁 중

송연주 기자 2023. 8.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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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롯데 이직직원에 가처분
"기술 유출 우려"…업계서 갈등 고조
인력 난 심각…"해외 유치 강화해야"
[서울=뉴시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메가플랜트(흰색 부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2캠퍼스 부지(파란색 부분)에서 250m 떨어진 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전문인력이 회사의 경쟁력 그 자체인 바이오 산업에서 기업 간 경력직 인력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란 동일한 사업모델을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력분쟁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첨예한 인재 전쟁을 촉발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롯데바이오로직스(법인) 및 롯데바이오로 전직한 직원 3명을 상대로 전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롯데바이오에 제기한 세 번째 가처분 신청이다.

앞서 작년 6월에도 롯데바이오로 전직한 직원 3명 대상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해 일부 인용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회사) 및 롯데바이오로 전직한 직원 3명 대상 영업비밀침해 금지 및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인력 유인 활동을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도 지난 9일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네 번째 발송했다.

양사의 인력 분쟁은 작년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 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2021년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10년간 근무했던 이원직 프로(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를 롯데지주 상무로 영입했다. 설립 과정에서 삼성 직원들이 잇달아 이직하기도 했다.

"기술 유출 가장 우려"…갈등 고조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건 10여년 간 쌓아온 기술의 기밀 유출이다. 지난해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진행한 형사고발에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롯데바이오 직원 1명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구축해온 핵심 기술 및 영업비밀이 유출될 것이 우려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국내에 공장을 두고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위탁생산(CMO) 사업을 하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단기간에 양성하기 힘든 핵심 인력들이 대다수 삼성바이오에 있다고 볼 수 있다. CMO 임직원 교육이 가능한 곳도 국내에서 소수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인력이 이동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영업비밀 유출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MO 회사는 생산 공정 프로세스에 대한 노하우가 중요한데, 생산공정은 신약 개발과 달리 특허 등 기술 보호를 받지 못해 인력 유출에 더 민감하다"며 "1명의 경력직 은 노하우, 과거 시행착오를 모두 포함하는 기술 자체다. 삼바 입장에선 인재의 이직이 CMO 사업의 노하우를 뺏기는 것과 같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바이오의 송도 공장 부지가 삼성바이오 제2캠퍼스 부지와 250m 떨어진 곳으로 결정돼 양사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롯데바이오가 국내 사업장으로 송도를 선택한 건 인력 확보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의 채용이 정당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기존 가처분 및 내용증명에 대해 말하자면 우린 어떠한 인력 유인이나 부정행위를 한 적 없고 정당한 공개채용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어, 가타부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7년까지 11만명 추가인력 필요…인력난 심각

배터리·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성장산업인 바이오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바이오헬스 산업의 부족 인력 비율은 3.4%다. 소프트웨어(4.0%)에 이어 인력 부족 산업 2위를 차지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을 봐도 바이오헬스 분야는 2027년까지 약 10.87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전문 생산인력은 10여년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의 CMO 진출로 인력풀이 생겨나 더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나와 있는 인재 숫자가 적다"며 "바이오 산업이 부상한 게 불과 10년이다. 10여년 전부터 육성해야 석·박사급 인재가 지금 나오는데, 10년 전만해도 관련대학에서 제약산업 인재를 육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적극적인 육성책이 나오지만 당분간 인력난은 계속될 것이다"며 "우수인력 영입 경쟁과 쟁탈전은 불가피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해외 인력 유치 강화해야…정부, 인력 양성 확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단기적으론 해외 영입을 활성화하는 방안과 중장기적으로 양성 노력을 확대하는 투트랙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장은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려운 경력직, 즉 핵심인력들이다"며 "특정 기업들에 몰려 있어 뺏고 뺏기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국내의 경력직 인재 풀은 한계가 있으므로 재미교포 등 해외의 바이오 인력 유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인력 유입을 돕기 위해 정부도 비자 문제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협회역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신입사원급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에서 여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송도에 수백억원을 들여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를 짓고 있다. 인력풀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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