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 '요리스+케인' 대신 토트넘 이끈다...두 달 전 '20살' 유망주 데뷔 챙겨 '리더십' 호평→동료들도 환영
[포포투=오종헌]
손흥민은 이미 전부터 리더십을 보여줬다.
토트넘 훗스퍼는 13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우리 팀의 주장으로 임명됐다. 그는위고 요리스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 받았다. 제임스 메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새로운 부주장이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공식 채널을 통해 "이렇게 큰 팀의 주장이 되어 정말 영광이다. 나는 이미 모든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과 밖 어디에서든 스스로가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고 있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다"고 각오를 전했다.
또한 토트넘은 구단 공식 SNS에서 손흥민의 주장 임명이 발표되는 순간을 공개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미팅룸에서 선수들을 모아놓은 가운데 손흥민이 새 시즌 주장으로 팀을 이끌게 됐음을 알렸다. 팀 동료들은 손흥민의 이름이 호명되자 장난기 섞인 웃음과 함께 박수로 축하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의 주장으로 매우 적합한 선수다.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라는 걸 알고 있고, 이미 라커룸 내에서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팀 내에서 모든 그룹과 어울린다. 단순히 인기가 있는 선수라서가 아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많은 걸 성취했기 때문이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리그 기준 28경기에 출전해 4골에 그쳤다. 레버쿠젠에서 뛰는 동안 독일 분데스리가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은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게 사실이었다.
그 여파로 인해 이적설이 발생하기도 했다. 분데스리가 복귀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 다시 한번 자신의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그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손흥민은 이후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빠르게 토트넘의 핵심 선수로 발돋움했다.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영향력은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커졌다. 손흥민은 2016-17시즌 EPL 34경기 14골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리그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시작된 2021-22시즌. 이미 직전 시즌 리그에서 17골 10도움을 올리며 커리어하이를 찍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게 손흥민의 한계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2021-22시즌 내내 꾸준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결국 그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EPL 23골로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였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 뒤에 위기도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초반 약간의 부침을 겪었다. 개막전인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하며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내 침묵에 빠졌다. 좀처럼 공격포인트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발 제외 여론이 형성될 정도였다.
여기에 부상까지 손흥민을 괴롭혔다. 손흥민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 상태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참가했다.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황희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한국의 16강 진출에 보탬이 됐다.
또한 시즌 종료 후에 밝혀진 부상이 하나 또 있었다. 바로 스포츠탈장. 6월 A매치 기간 이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대한축구협회(KFA)는 "손흥민은 몇 주 전 스포츠 탈장 수술을 했다. 현재 회복 중에 있고, 경기 출전은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사람에 따라 회복세가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손흥민은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시즌에도 EPL에서 10골을 넣으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의미 있는 기록도 하나 세웠다. 손흥민은 지난 4월 브라이튼을 상대로 EPL 100호골을 성공시켰다. EPL 역사상 34번째이자, 이 역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였다.
이제 손흥민은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2023-24시즌을 맞이한다. 사실 토트넘은 올여름 주장 교체가 불가피했다. 지난 시즌까지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던 요리스 골키퍼는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부주장 해리 케인 역시 최근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확정됐다.
요리스는 2012-13시즌을 앞두고 올랭피크 리옹을 떠나 토트넘에 합류했다. 그는 입단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30대 나이에 접어들면서 꾸준하게 대체자 영입설이 흘러나왔지만 요리스는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지난 시즌 역시 초반에는 주전으로 기용됐다. 하지만 부상 변수도 있었고, 나이 따른 기량 하락세도 보였다. 물론 좋은 선방을 기록할 때도 있었지만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 아쉬움 남는 경기가 발생했다. 바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1-6 대패. 당시 요리스는 선발로 나섰고, 전반전에만 5실점을 헌납한 뒤 교체됐다. 교체 이유는 부상으로 알려졌지만 이 경기가 고별전이 되고 말았다. 토트넘은 현재 굴리엘모 비카리오라는 대체자를 영입했다. 요리스는 내년 여름 토트넘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이미 이적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요리스는 프리시즌 일정도 소화하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떠나는 게 확실시된 선수를 새 시즌 구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요리스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선수는 케인이었다. 케인 역시 지난 시즌 종료 이후 꾸준하게 이적설이 있었음에도 투어 기간 내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적하게 됐다. 토트넘이 뮌헨의 오퍼를 수락한 뒤 선택권은 케인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는 이적을 결심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완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빠르게 오피셜이 나왔다. 케인의 계약 기간은 2027년 6월까지이며, 등번호 9번을 달고 뛴다.
이렇게 두 선수가 떠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많은 선수들 가운데 손흥민을 주장으로 택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토트넘에 부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전에도 손흥민의 리더십을 칭찬한 바 있다. 그는 프리시즌 투어 기간 라이언 시티(싱가포르)와의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했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선수다. 그는 거의 모든 그룹에 섞여있다. 단지 인기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서도 주장이며, 정말 오랜 기간 한국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손흥민이 팀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로 손흥민이 주장이 되기 전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준 장면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풋볼 런던'은 6월 초 "손흥민은 지난 주말, 그가 왜 토트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인지 보여줬다. 그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으며 늘 1군 훈련에 콜업된 유스 선수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20살 유망주인 매튜 크레이그는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후반 32분 이브 비수마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그의 데뷔전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선수단이 원정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을 때 그에게 활짝 웃으며 다가가 오랜 시간 포옹을 했다"고 전했다.
그레이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20살 어린 미드필더다. 지난 시즌 리그 최종전이었던 리즈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하며 EPL 데뷔전을 치렀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그에게 다가가 데뷔를 축하하듯 포옹한 뒤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눴고, 이 장면이 화제가 됐다. 손흥민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은 13일 오후 10시 브렌트포드와 2023-24시즌 EPL 1라운드를 치른다. 토트넘은 올 시즌 유럽 대항전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노린다. 또한 다시 EPL 4위 안에 들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을 가져와야 한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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