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좀비버스' 절반의 성공 "대본 없었지만…"
리얼리티 아닌 코미디 버라이어티
좀비 퀄리티 높지만 작위적
"상황만 줬을뿐…캐릭터 설정 NO"
덱스 활약…캐스팅 다소 식상
"그맛 알면 재미…가볍게 즐기길"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예능물 '좀버비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8일 공개 후 이틀 만에 세계 넷플릭스 TV쇼 10위에 들었지만, 극과 극으로 반응이 갈렸다. 박진경 CP 스스로도 "외국 사이트에서 이렇게 평점이 낮은 한국 예능물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다. K-좀비를 버라이어티에 버무렸는데, 다소 작위적이라서 대본설이 제기된 상황이다. 좀비버스는 리얼리티가 아니라 '코미디 버라이어티'라고 강조했다. 출연자에게 상황은 던져줬지만 "대본은 없었다"며 "캐릭터 설정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미있다'부터 '이런 쓰레기가 다 있느냐'까지 평이 나뉘더라. 싱가포르 1위, 홍콩 2위 찍히는 걸 보니 한국 예능이 익숙한 아시아권에는 그나마 어필이 된 것 같다. 리얼리티에 익숙한 외국인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다. 사실 피드백이 없는 게 더 슬프다.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격렬하고, 인터넷상에선 지금도 싸우고 있더라. 국내 리얼리티도 기본적인 구성은 다 있다. 우리도 2회 첫 시작할 때 '너희는 차 사고가 났으니 엎드려 있어'라고 상황을 던져줬지만, 이후 깨어나서 하는 모든 행동, 대사는 애드리브다."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한 서울 일대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콘셉트다. 카카오엔터 소속인 박진경 CP·문상돈 PD가 만들었다. MC 노홍철과 개그우먼 박나래, 래퍼 딘딘, UDT 출신 유튜버 덱스, 비뇨기과 전문의 꽈추형(홍성우), 콩고 출신 조나단·파트리샤 남매, 배우 이시영, 그룹 '빌리' 츠키, 전 야구선수 유희관 등 총 10명이 출연했다. 유희관이 첫 번째로 탈락하자 '다 짜고 치는 거다' '죽을 사람이 정해져 있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진행된 적이 거의 없다"며 "나래씨가 (십자인대 파열로) 다리가 아파서 가장 먼저 좀비에 물리지 않을까 싶었다. 유희관씨는 전직 운동선수라서 피지컬적인 걸 보여주려고 섭외했다. 넘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의 예능을 하고 싶었다. 기존 예능 스타일대로 촬영하되 포장 자체는 극의 느낌이 나게 만들었다. 이전에 TV 예능을 즐겨보고 커뮤니티에 감상평을 올리는 분들은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타깃이 좀 더 넓지 않느냐. 커뮤니티도 잘 모르고 스마트폰을 켰는데 '좀비버스 떴네?' 하고 보는 대중들에게 좀 더 집중했다. 대본이 없다는 증거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카메라가 제대로 잡은 적이 없다. '홍철 형, '무한도전' 사기꾼 이미지 벗어보자'고 해도 정의롭게 할 수 없다. 보는 분들은 40~50분이지만, 하루종일 촬영해 실제 성격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불가능하다."
덱스 활약이 돋보였지만, 캐스팅이 신선하지는 않았다. 노홍철과 박나래, 딘딘은 기존 예능물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고정돼 좀비버스 속 역할도 예상됐다. 덱스와 꽈추형, 조나단·파트리샤 역시 유튜브, OTT 등을 넘나들며 활동해 익숙한 얼굴이다. 박 CP는 "1년 전 촬영했을 때는 신선했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해 마지막 촬영이 12월1일에 끝났다. 그때만 해도 파트리샤가 뜨기 전이었고, 덱스도 '솔로지옥2' 방영 전이었다"며 "어떻게 보면 식상하기도 한데, 프로그램으로 보면 '누가 나온대~'라는 영향도 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덱스씨가 많이 올라왔다"고 웃었다.
마지막 8회에서 덱스가 이시영과 파트리샤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인상적이었다. "덱스가 찰나의 순간에 들어가서 '큰일 났다' 싶었다. 사실 CG로 지웠지만, 안전요원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덱스가 츠키를 구한 순간이 가장 짜릿했다. 팀 분란을 일으키려고 만든 퀘스트였고, 무조건 한 명 죽을 거라고 예상했다"며 "누구도 덱스가 밧줄을 타고 내려갈 줄은 몰랐다. 'UDT라서 체력 테스트 때 (밧줄 타고) 7~8m 왕복한다'고 하더라. 좀비 연기자들도 '내려오면 물어 뜯자'며 신호를 기다렸는데, 덱스가 줄을 타고 다시 올라가니 '이게 무슨 일?'이라며 놀라더라"고 했다.
그동안 박 CP는 MBC TV '마이리틀 텔레비전' 시즌1·2(2015~2017·2019~2010),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2018) 등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두니아는 좀비버스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가상의 세계 두니아를 배경으로 극적인 설정을 더했지만, 시청률은 1~3%대로 저조했다. "두니아는 '지상파에서 할 수 있는 이상한 것만 해보자'고 해서 만들었다. 두니아를 토대로 하기보다, 안 통한 건 과감하게 내쳤다"며 "두니아는 완전한 대본이 있었다. '예능인한테 함부로 연기를 시키는 건 모험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웃음을 주는 코드는 닿아있다. 심각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끅끅 대며 웃는 걸 좋아한다. 조나단이 좀비에 물려서 고통스러워 하는데, 딘딘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파트리샤도 '피가 잔뜩 묻어서 가까이 가기 싫다'고 하지 않느냐. 출연자들은 대사 한 줄 없었다. 대신 보여지는 것보다 엄청난 준비를 했다. 좀비를 위한 대본이 있고, 상황을 주는 것도 대본이라면 대본이다. 그 외 출연자 10명은 애드리브로 했다. 그럼에도 대본이 있다고 느껴졌다면, 다음에는 덜 작위적으로 느껴지도록 노력하겠다."
K-좀비 예능물은 드라마·영화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2019~2021)와 영화 '부산행'(2020) 등 K-좀비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술력이 쌓인 상태다. 좀비버스 속 좀비 분장한 이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지만, 중간 중간 출연자들이 연기하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초반에 보다가 멈췄거나, 아직 좀비버스를 시청하지 않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문 PD는 "이런 설명을 하는 것도 제작진 잘못"이라며 "난 '더 진지하게 가자'고 했는데, 선배 의견을 따라가니 그 맛이 있더라. 그 맛을 알면 엄청나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짚었다. "약간 개연성을 따지고 보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차라리 술을 한 잔 마시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첫 공개 됐을 때 불호가 엄청 셌다. 우리가 만들었는데, '넷플릭스 각성하라'고 하더라. 조금씩 뒤쪽 회차를 보고 '이런 프로구나'라고 느끼면서 불호와 호가 반반 정도 됐다. '뇌를 저쪽에 빼놓고 보면 된다'는 글이 있더라.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재미있다'며 몰입하는데, 방송 관계자들은 '거기까지 대본이었지?'라고 하더라. 요즘 어떤 콘텐츠가 나오든 출연자가 욕을 먹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건방지게 새로운 장르라고 했지만, 좀비버스는 그냥 코미디다. 밉상 짓을 해도 코미디로 나오게 연출했고, 기본적으로 웃으라고 만들었다. 좀비가 나오니 여름철 재미있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길 바란다."(박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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