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안되면 공탁"…형사공탁제도 '악용'
[앵커]
지난해 12월 피해자 개인정보를 몰라도 피고인이 법원에 일정 금액을 맡길 수 있는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빠른 피해회복과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서인데요.
일부에서는 가해자의 형량 감경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이화영 기자가 실제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범죄를 당하고 수개월에 걸친 힘든 법정 다툼을 해야 했던 피해자 A씨.
정당한 처벌이 이뤄지기만 기다리던 A씨는 갑작스럽게 피고인이 법원에 돈을 맡겼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선고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기간, 기습 공탁이었습니다.
<안소윤 / 안소윤법률사무소 변호사(피해자 변호인)> "피고인이 자신의 양형 자료로서 유리하도록 공탁을 어떻게 보면 좀 활용한 사례가 아닌가…."
살인, 성범죄 등 양형기준을 보면 공탁을 포함한 피해 회복은 감경요소가 됩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는 공탁을 위해 피해자를 뒷조사하는 등 문제가 벌어지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일정 금액을 법원에 맡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제도 시행 이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일방적인 공탁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피고인 측이 합의를 강요하며 일종의 무기로 쓰기도 합니다.
<송혜미 / 법률사무소 오페스 변호사> "저희 그냥 공탁하면 되는 거 아시죠? 라고 이야기를 해서…근데 (피해자에게) 이건 우리 의사랑 상관없이 공탁이 될 수 있다라고 했더니 굉장히 놀라시면서…."
공탁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은 가능하지만 기습공탁에 대비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법원과 검찰의 고지가 있더라도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단 의견서를 내기까지 상황은 급박합니다.
<안소윤 / 안소윤법률사무소 변호사> "'공탁을 수령할 생각이 없고 이걸 양형에 반영하지 말아 달라'라는 별도의 의견을 제출해야만 한다는 걸 모르고 계셔서…."
범행에 대한 반성과 합의를 통해 풀어가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이뤄지는 기습공탁에 피해자들의 당혹감은 커져 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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