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앙상한데 '먹토' 반복···10대 女에서 급증하는 '이 병' [건강 팁]
폭식 후 구토하거나 과도한 식사제한·운동 등 강박증상
체중증가에 대한 공포 시달리다···심각한 영양부족 야기
인지행동·약물치료 등 다각도 접근···가족교육도 병행해야
최근 21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미국 유튜버 유지니아 쿠니(Eugenia Cooney)가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됐다. 뷰티·패션 유튜버로 활동 중인 유지니아는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바비'에서 영감을 받아 바비인형이 입을 법한 핑크색 의상 룩북 영상을 올렸다. 10일 기준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22만 회 조회됐고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유지니아가 170cm 넘는 키에 39kg 밖에 되지 않는 거식증 환자라는 것. 공개적으로 섭식장애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던 '거식증 유튜버'가 뼈가 앙상한 모습으로 촬영한 영상의 조회수가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실제 거식증은 10대 여성 청소년의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흔히 ‘거식증’이라고 불리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하는 주요 질환 중 하나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행동 유형에 따라크게 ‘폭식·제거형’과 ‘제한형’의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폭식·제거형’은 단시간 내에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명백히 많은 양을 먹는 폭식 행동과 음식물 섭취 이후 스스로 구토를 유도하거나 관장약, 이뇨제 등을 오남용하는 제거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다. 그에 반해 식사 제한이나 단식, 과도한 운동을 통해 강박적으로 체중을 줄이려고 하는 경우를 ‘제한형’이라고 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대표적 증상은 스스로 음식물 섭취를 제한해 심한 저체중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 같은 행동의 이면에는 체중이 늘거나 비만해지는 것에 극심한 두려움이 자리한다. 그로 인해 식사량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운동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등 체중 증가를 방해하는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체중이 적당히 감소하면서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도 저절로 해소되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들 중에는 자신이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체중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막상 행동을 살펴보면 칼로리에 강박적으로 신경을 쓰거나 살을 빼기 위한 활동을 매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는 것도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체질량지수(BMI) 수치상 심한 저체중 상태로 주위에서 ‘너무 말랐다’거나 ‘뼈만 앙상하다’는 등의 걱정을 들으면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심지어 의사나 건강 전문가들이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라고 경고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처럼 식사량 제한, 과도한 운동, 왜곡된 신체 인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진단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부수적인 특징으로 음식에 대한 집착이 연상되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집안 여기저기에 음식을 숨기거나 음식을 싸서 주머니나 지갑에 넣어 다니는 행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음식을 아주 잘게 썰었다가 다시 배열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음식에 대한 집착과 연관성을 갖는다. 때로는 요리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은 먹지 않지만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들만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 단정할 순 없으나 앞서 소개한 대표적인 증상들과 함께 참고할 만하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주로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기인 10~30세 사이에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기보다 더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도 종종 발견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발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이상 높다. 특히 모델, 발레리나 등 체형과 체중을 마르게 관리하는 것이 요구되는 직업군에서 더욱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치를 조사하기는 어려우나 여성 청소년의 약 0.5~1%에서 신경선 식욕부진증이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특이하게도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똑똑하고 재능 있는 아이들에서 잘 생긴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똑똑하고 재능이 있으면 자존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경성 식욕부진증이 있는 아이는 자존감이 자신의 체형과 체중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살을 빼는 것에만 집착하고 정작 자신의 똑똑함과 재능을 발휘하는 방식으로는 자존감을 유지하기 어려워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신체적인 합병증 및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은 심각한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체중감소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구토와 같은 제거 행동을 반복하는 동안 전해질 불균형이 생겨 경련을 유발하는 등 여러 내과적 문제가 동반된다. 여성의 경우 무월경이 생길 수 있다. 그 밖에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질환도 잘 생긴다.
이처럼 심각한 질환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식사 관련 행동이나 체중 관련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는 의사가 아니라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치료하려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 당사자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는 물론 가족 구성원 전체에 대한 교육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질 때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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